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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날 (Day of Wrath , 1943)
분노의 날, 공포의 밤
우주 만물은 불타 재로 변하고
태양은 죽음의 밤으로 에워싸인다
분노의 그 날 유황색의 그 날
타오르는 하늘이 한창 요동칠 때
이승의 아름다운 성은 사라질 것이다
분노의 날 사람으로 태어나서
최후의 심판의 날을 거쳐 깨어난 바로 그 날
비로소 마법의 시간이 돌아온다
분노의 날 웅장한 트럼펫 소리는
산 자와 죽은 자를 불러 들이고
각자의 무덤의 비석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신으로부터 해방되는 분노의 날
심판자의 날카로운 응시 앞에서
사탄의 무시무시한 주판을 주시하라
분노의 날 심판의 그 날은
엄청난 공포 속에서 공표 될 것이다
죄가 낱낱이 밝혀질 것이다
분노의 날 오! 그들은 신 앞에서
수치스럽고 역겨운 죄로 인해
움츠려 떨고 있을 것이다
분노의 날 불쌍히 여겨
내 죄는 사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내 영혼은 마침내 천국으로 향할 것이다
헤르로프스 마르트는
덕망 있는 시민 3명으로부터
마녀라고 고발 당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잡아서
법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약효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있을 겁니다 교수대 아래에서 자라던 풀입니다
그곳 풀이 굉장한 힘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군요
거기엔 악마의 힘이 있습니다!
누굴 잡으러 다니는 걸까요?
화형에 처하라
살을 연기에 그을리고
태워버려라, 태워버려라
화형에 처하라
살을 연기에 그을리고
태워버려라, 태워버려라
문 열어라, 문 열어라 헤르로프스 마르트!
이걸 버리도록 해라
압사론, 마틴이 곧 올 거다
배가 방금 도착했다는구나
곧 나가겠습니다
다락방 열쇠가 있지?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될까?
이 집에서는
내가 모든 열쇠를 관리한단다
전 압사론의 아내에요
난 압사론의 어머니지
늙은이가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은 힘들단다
어린 아내가 낡은 집안 살림을
돌보기란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너무 엄하게 가르치시는군요
훌륭한 아내 역할을 가르치려는 것뿐이다
이미 훌륭한 아내입니다
전 아내가 살아 있을 땐...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아 그의 아들이 살아 있잖아
곧 집으로 올 거고...
젊은 새 어미가 있는 집에
자신보다 한참 어린 새 어머니가 있는 곳
무슨 상관 입니까?
무슨 상관이냐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 마틴 마중 나갑니다
압사론 목사님 계십니까?
안 계십니다 아드님 만나러 나가셨습니다
제가 바로 그 아들인데요
아드님이시라고요?
부인되십니까?
당신 얼굴 낯이 익어요
어디서 보셨을까요?
아마도 제 상상 속에서...
당신이 이렇게 젊디 젊은 어머니한테 뭐라고 할 지
수백 번 생각했었습니다
좋은 아들이 되겠습니다
네... 이제 제 아들이죠
당신은 제 어머니구요
다 큰 아들이요
아버지 왜 이렇게 늦으시죠?
이제야 오시는군요
아버지를 놀래 켜 드릴까요? 숨어 있을게요
마틴과 같이 안 오세요?
아직 여기에 안 왔소?
곧 오겠지
네, 곧 오시겠죠
이게 뭐지? 마틴 노래 책이군
소녀와 사과나무라는 곡도 있군
한 소녀가
사과 나무 위에 앉아 있네 한 청년이 우연히 지나가는데
기지개를 켜다 나뭇가지가 부러졌다네
그리고 소녀는 청년의 팔로 떨어졌다네
널 보니 참 좋구나 새 어머니께 키스해야지?
서재로 가자
네, 아버지
피가 나잖아요!
아무것도 아니다
날 좀 숨겨 다오!
잡히면 날 화형 시켜 버린다는구나!
마녀라고 고발 당하셨나요?
난 네 어미를 도와 줬어
네 어미도 나처럼 마녀라고 고발 당하셨지
어머니가요? 사실이 아닐 거에요
사실이야! 너를 딸로 둔 덕택에
나중에는 자유의 몸이 되었지
너만은 나를 죽음에서 구해줘야 한다
오븐에다 장작을 더 넣도록 해
벤테, 생선을 다듬어
어디 가니?
아무데도요
왜 찬장이 열려 있지?
할머니, 할머니!
당신 왜 이리 말이 없소?
저흰 헤르로프스 마르트를 찾고 있습니다
여기서요?
여기 사제관에서?
몇몇 애들이 여기서 봤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여기에...
헤르로프스 마르트를 봤소?
여기 있다면 분명 숨어 들어왔을 거요, 찾아 보시오
여기 혈흔이 있습니다
다락으로 통하는 다른 문이 있습니까?
네, 다른 계단을 통해서요
한스와 헨릭에게 다른 통로로 올라가 보라고 하시오
신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같이 기쁜 날 이런 일이...!
참사회는 압사론 페데르손 목사에게
헤르로프스 마르트를 자백 시킬 것을
명하는 바입니다
처벌 받아 죽어야 하며 영혼은 구제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력히 권고할 것을 목사에게 명합니다
도와 주세요, 압사론 목사님 저를 화형에서 구해 주세요
하느님 만이 도울 수 있소
목사님도 도와주실 수 있어요
안나의 어머니 때처럼 저를 도와주세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안나의 어머니는 벌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잘 모르시면 말씀을 삼가십시오
다 알고 있습니다
안나의 어머니가 마녀인 것을 묵인하셨잖아요
꾸며대지 마세요
안나를 위해서 그러셨죠
이리 오세요
무릎을 꿇으세요
목숨만 살려 주세요
목숨보다는 영혼을 위해 기도하세요
사실을 자백하세요
무엇을 자백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당신이 마녀라는 사실 말입니다
마녀요? 마녀 한 명을 알긴 알죠
안나의 어머니요 목사님이 풀어 주셨잖습니까?
조용히 하시오
죽는 게 너무나 두렵습니다
저를 따라 오시오
#분노의 날, 화형의 날 #
# 예언자의 빈 자리가 가득 채워지리라 #
여기 계셨군요
합창을 들으러 왔습니다
#분노의 날... #
아이들이 왜 저 노래를 배우고 있죠?
헤르로프스 마르트가 화형 될 때 부르기 위해서죠
그녀의 비명 소리가 계속 들려요
이리 와요
#심판자가 하늘에서 내려 오실 때 #
#어떤 두려움도 인간의 영혼을 잠들게 하지 않는다 #
굴복하려는 것 같습니다
자백하는 건가?
네, 네
마침내...
풀어 주게
마침내 그녀는 자백했습니다
언제부터 악마를 위해 일하게 됐나?
대답하지 못 해!
자백하지 않겠다는 건가?
아직 부족하나?
아니요, 말 하겠어요
그러면, 대답해!
악마를 언제 처음 만났지?
교수대 아래에서?
십자가를 짓밟았나?
그가 성찬예식을 못 하게 하던가?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버리고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다
더 자백할 게 없나?
없습니다
훌륭한 자백이군!
꽤 고집이 셉니다
더 아는 게 있는지 물어 보게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마녀를 알고 있나?
모릅니다
마녀를 본 적도 없나?
고발할 사람이 없느냐는 말이다
죽은 사람은 있습니다
누군가?
누구지... 누구더라?
누구였나? 이름을 대 보아라
기억 안 납니다
당신을 기억해 두겠습니다
무슨 말인가?
날 죽음으로 이끄십시오
당신도 곧 따라올 겁니다
그런 위협 따위론 날 어쩌지 못해
이름을 대지 못 할까?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은 다 했습니다
다 털어 놓는 게 나을 텐데...
그만 하거라 내가 직접 이야기 하겠다
절 구제해 주세요
절 구해주실 거라는 거 알아요
주여
이 여인이 깊이 회개하여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
구원 받게 하소서
용기를 갖고 강해 지시오
주여, 이 자를 데려 가소서
이리 오시오
다른 사람은 불지 않았습니까?
- 그런 것 같군 - 다시 한 번 물어 보시는 게...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니라
헤르로프스 마르트는 고통스런 심문을 통해
성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죄를 자백했습니다
1623년 6월 14일 압사론 페에르손/요르젠 라븐
장작을 벌써 모으는 건가요?
아니요, 화형에 쓸 나무요
화형식 준비를 하러 왔습니다
저를 도와 주시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도와줬습니다
오랫동안 당신을 지켜 줬습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영생으로부터 지켜 주겠습니까?
쓸데 없는 말은 그만 하세요
천당도 지옥도 두렵지 않습니다 죽기가 두려울 뿐 입니다
저는 안나를 도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저를 돕지 않았어요
아닙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내가 고통스러운 만큼 안나도 고통스러울 겁니다
내가 화형을 당하면 안나도 화형 당할 겁니다
안 돼, 안 돼!
나를 태워버리면 나를 태워버리면...
타 죽고 싶지 않아요 정말 싫어요
정말 타 죽고 싶지 않아요
저리 가세요
여기서 나가요!
화형에 처하라
살을 연기에 그을리고
태워버려라, 태워버려라
화형에 처하라
살을 연기에 그을리고
태워버려라, 태워버려라
가시게요?
더 이상 볼 수가 없군
저랑 같이 있어 주세요
압사론과 얘기하게 해 줘요
왜?
압사론과 얘기하게 해 줘요
누굴 고발하려고 그래?
압사론과 얘기하게 해 줘요
저 죄인이 당신과 얘기하고 싶다는 군요
화형대에서 풀어 주세요 안 그러면...
이 자의 두려움을 없애 주십시오 자비로운 하느님
당신의 눈을 뜨이게 해 영혼을 구해 주실 겁니다
안나를 고발 하겠어요! 알아 듣겠어요?
당신은 고통 받게 될 겁니다!
악마가 당신에게 찾아갈 거다 이 위선자,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분노의 날, 화형의 날 #
#예언자의 빈 자리가 가득 채워지리라 #
#우주 만물은 불타 재로 변하고 #
#심판자가 하늘에서 내려 오실 때 #
#어떤 두려움도 인간의 영혼을 잠들게 하지 않는다 #
# 처벌은 모두 트럼펫의 불가사의한 #
#소리에 달려있을 뿐이다 #
이 아름다운 날에 헤르로프스 마르트의
화형식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신께 은총이
주여, 진심으로 권고 드립니다
제가 주님을 필요로 할 때 제발 도와 주십시오
저는 충직한 신하로서 주님의 명을 잘 이행했습니다
제 속 깊은 영혼이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주여, 이 참담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도록
제 앞을 밝혀주십시오
뭐 필요하세요?
그래
괴로운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뭐냐? 이 어미에게 얘기 해 봐라
어머니, 전 죄를 졌습니다
신께 죄를 졌습니다
제가 거짓을 고하였습니다
어떻게? 말해 보거라 난 네 어머니다, 그렇지?
네
저 혼자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헤르로프스 마르트가 체포된 후로 네가 변했다
화형식 이후로 이상해졌어
그녀가 혹시...
다른 이를 고발했느냐?
네가 비밀로 하고있고?
죽은 자를 고발했어요
죽은 자? 죽은 자라니?
안나의 눈을 들여다 봤느냐?
그 불타오르는 눈을 봤어?
안나의 어머니가 생각나더구나
안나의 눈도 그 어머니와 같더구나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네가 선택해야 할 날이 분명이 올 것이다
무엇을 말이에요?
신과 안나 둘 중에
안나를 싫어하셔서 하시는 말씀 아닌가요?
아니다, 널 사랑해서다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라, 마틴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지
잘 자라, 아들아
안나, 의논할 말이 있소
장모님과 관계된 거요
우리 어머니요?
혹시 그 얘긴가요?
알고 있소?
네, 하지만 정말인가요?
헤르로프스 마르트가 자백했소
뭐라고 하던가요?
그녀가 악마를 불러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불러낼 수 있다고 하더군
누군가가 죽기를 원하면
결국 죽는다고
저와 결혼하려고 어머니의 죄를 면해준 게 사실인가요?
지금 나를 탓하는 거요?
어머니에게 잘 해 주신 것 가지고요? 아니요
그렇다면?
저한테도 잘 해 주셨나요?
내가 좋은 남편이 아니었나?
그건 아니지만, 저한테 당신을 사랑하는지 물어보신 적 있나요?
당신은 너무 어렸어, 아이 같고...
하지만, 제가 당신을 사랑했나요?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은 해 본적 없어
그래요, 그러셨어요
압사론, 안아주세요 절 안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오 신께 드릴 말이 많소
잘 자요, 안나
내 눈을 바라봐요
당신 눈은
참 맑고 순수한
어린 아이 같이 아름다운 눈이오
잘 자요
우리 어머니는 어떠셨나요?
산 자와 죽은 자를 불러 들이면
정말 왔나요?
왜 그런 걸 묻소?
그냥 궁금해서요 어머니가 그런 힘이 있었다면...
그렇게 큰 힘을 지녔다면...
난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안나, 울고 있군요
눈물 사이로 당신이 보여요
내가 닦아 주는 눈물 사이로 말이오?
당신 같은 눈빛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내 눈이 어떤가요?
아이의 눈 같아요?
맑고 순수한?
아니오, 깊고 신비하오
그 깊은 눈망울에서
당신이 불 붙인
흔들리는 불꽃이 보이오
자작나무 아래로 갑시다
행복해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고
서로 사랑함을
확인할 수 있으니
당신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었소
당신은 내 꿈 속에 있었고요
봄이에요
이리 오세요
좀 더?
- 물 말이오? - 아니요
그렇다면, 뭐 말이오?
당신 손이요
이 속삭임을 들어보세요
풀들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소
어떤 콧노래를요?
우리 둘에 관한 노래
당신의 사랑에 대한 노래요
그리고 당신의 사랑도
꼭 안아 주세요 날 행복하게 해 줘요
그래서 저희가 주님 앞에서 올바르게
걸어가게 인도해 주십시오
주의 거룩하신 이름으로, 아멘
성서의 '아가' 부분을 좀 읽어도 될까요?
그렇게 하시오
나는 샤론 평야에 핀 장미이며 계곡에 핀 백합이다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은 가시 속의 장미처럼 특별하다
내가 사랑하는 이는 사과나무처럼 향기롭다
나는 그의 그늘 아래 앉는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그만 둬!
몹쓸 것
할머니?
진심이다
마틴, 너 왜 이렇게 변했니?
네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구나
이 할머니와 아버지한테서 말이다
아버지를 위하겠다고 약속해다오
아버지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마틴, 도와 주겠어요?
그러죠
할머니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소
당신만 날 좋아한다면 상관 없어요
당신만 날 사랑한다면
안나, 결국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키스해 주세요
그럼, 제가 하죠
여기 있어요
문 닫아 주세요
안나가 웃는 소리 처음 들어요
많이 변했어요
목소리조차 달라졌어요
그래, 안나는 변했다
저 둘이 함께 있는 걸 보면
안나가 얼마나 젊고 제가 얼마나 늙었는지 느껴요
마틴이 와서 참 잘 됐어요
저도 끼어서 같이 젊어져야겠어요
당신 웃음소릴 들으니 좋소
저희 지금 나가려던 참인데...
어디로?
강가로요
내 설교문을 읽어 보라고 부탁하려 했었다
그렇게 하죠, 아버지
지금 꼭 해야 하나요? 기대하고 있었는데
당신의 기쁨을 뺏을 순 없지
어서 가 봐요
예배당 목사님이시다
로렌티우스 목사님이 보내셨습니다
목사님은 얼마 못 사십니다
임종의 순간을 지켜주시길 바라십니다
성수를 가져왔습니다
알았네, 어서 가지
당신의 손은 생기가 넘쳐요
손가락도
손목도
맥박 뛰는 게 느껴져요
당신 때문이에요
뺨이 햇빛에 그을리겠소
햇빛이 아니라 행복에 그을리는 거에요
행복이라? 얼마나 갈까요?
영원이요!
안나, 우리 결국 어떻게 되겠소?
강물 흐르는 데로 가는 거죠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은 알 수 없어요
아버지가 생각이 나오
난 당신밖에 안 보여요
이렇게 누워 있으니...
어머니의 품처럼 부드럽고 따스해요
헤르로프스 마르트가 날 잊지 않았어요
무슨 뜻인가?
저를 죽인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벌을 받아 마땅했어
맞습니다
내가 떠나겠소
떠나다니요?
잠시만 떨어져 지냅시다
떨어져 지내요?
떨어져...
우리가 어떻게 떨어질 수 있나요?
함께 나눈 것들을 생각해봐요
저 나무를 봐요
슬픔으로 고개를 떨구었군요
아니요, 애타게 열망하고 있어요
우리를 보고 슬퍼하고 있소
강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모하고 있어요
마치 둘은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제 육체는 이승의 것이니
이승에 바치고
영혼은 주께서 주셨으니
주께 바칩니다
손을 잡아 주세요
여기 있네
제 손이 식을 때까지
잡고 있겠어요
머지 않아 자네를 따라가겠네
위로하려 하지 마세요
죽음이 다가오는 걸 느껴
하지만 용기를 갖고 맞서지
그리고 소망하네!
비록 죽어도 믿음이 있는 자는 살 것이다
우리... 여기서 같이 죽으면
죽어요?
왜요?
속죄하기 위해서
죄요? 사랑하는 게 죄인가요?
그만, 우리가 항상 함께라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사랑하는 이는
사과나무처럼 향기롭다
나는 그의 그늘 아래에 앉는다
무슨 날씨가 이래
폭풍 후엔 분명 안 좋은 소식이 있을 텐데
요즘 무슨 소문 없나?
압사론 마실 맥주를 챙겨놓았니?
아니요, 잊었어요
당신과 당신의 죄를 위해
생명을 주신 예수님 이 육신을 받으시고
내세에서도 믿음이 강해지기를
피를 건 맹세로 이 잔을 받으시고
내세에서도 믿음이 강해지기를
안 돼요, 보지 마세요
보여 줘요
뭔지 아시겠어요?
배나무
배나무? 사과나무잖아요
이게 사과 꽃이고요
한 송이만?
내 사과나무에는 꽃이 한 송이 밖에 없어요
압사론이 폭풍우 속에 무사히 올까
어느 길로 오시는지 알면 제가 마중 나갈 텐데요
가로 질러가면 그이는 돌아서 올지도 몰라요
네가 돌아간다면 아버지는 가로질러 올지도 몰라
안나 말이 맞아 집에 그냥 있거라
그래요, 어두운 데서 괜히 헤맬 필요 없죠
집에서 기다리는 게 낫죠
모두 기다리자꾸나
어머님도요?
그럼 전 자러 갈게요
바다에 있는 생명에 은총이 있기를!
육지에 있는 생명에도!
그이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래, 너도 포함해서다
박동이 멈춘 심장보다 더 고요한 건 없지요
너도 이제 결혼을 해야지
서두를 필요 있나요?
난 세상에서 네 아버지를 제일 사랑한다
바라던 아들을 신이 내려주셨어
죽을 때까지 난 네 아버지를 보호할거다
왜 안나를 싫어하세요?
그 애에게 몹쓸 짓 하지는 않았어
좋아하진 않으시잖아요
좋아하진 않아
싫어하지
아버지의 부인이세요
네 아버지가 단 한번 날 걱정시킨 일이 있다면
이 집에 안나를 데려온 일이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사실이니까
저렇게 작고 순수한 여자를
순수하다고?
내가 할 말은 다 했다
그만 자야겠구나
잘 자거라, 마틴
주님이 너를 지켜주실 거다
나의 안나
네, 당신의 안나에요
하지만 아버지의 부인인걸!
그래도 그를 사랑한 적 없어요
그이도 마찬가지죠
아버지 생각은 해본 적 없소?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거요?
그냥 없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압사론 목사님 어디 편찮으세요?
죽음이 지나가는 걸 느꼈네
죽음이요?
그렇다네, 어서 가지
바닷가에 작은 집을 지어
매일 아침 당신 어깨에
제 머리를 비빌 거에요
키스로 당신을 깨우고
요람에서 우리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겠죠
아이를 안아 줄 거에요
내가 당신 품에서 삶을 찾았듯이
우리 아이도 내 품에서 삶을 찾게 될 거에요
당신의 다정함을
우리 아이에게 다시 줄 거에요
아이를 위해 우리의 노래를
불러줄 거에요
너무 예쁜 꿈이죠?
그래요, 하지만 단지 꿈일 뿐이오
이렇게 아름다운 꿈이라면
상관 없어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소?
네, 마틴이랑 당신을 기다렸어요
어서 오세요, 아버지
그래, 마틴
늦으셨네요
로렌티우스 목사님은 어떠세요?
아주 조용히 돌아가셨다
데운 맥주 좀 드시겠어요?
둘이 기다려줘서 고맙군
피곤하시겠어요 그만 쉬세요
피곤하구나
그런데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아
지금 신의 품으로 돌아간 자를
보고 오니, 잠이 오질 않는구나
하지만
내가 임종을 지킨
많은 이들을 생각하면
온통 죄 밖에 보이지 않는다
순간의 쾌락
비밀스런 죄
오, 주여!
인간의 삶이란
오늘 좀 이상하세요
이상한 걸 느꼈거든
아까 오는 도중에
죽음이 가까이 온걸 느꼈다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었지만
내 깊은 내면의 영혼은
죽음이 임박함을 느꼈다
피곤하셔서 그래요 아프시다고요
아프지 않다 피곤하긴 하구나
이제 자야겠어
잘 자거라, 아들아 푹 자거라
아버지의 무거운 생각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너도 나름대로 생각할 게 있잖니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 말이 맞소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소
나는 곧 죽을 것이오
누가 당신이 죽기를 바래요?
누가 그랬을까?
안나, 당신은 내가 죽기를 바란 적이 없소?
제가 왜요?
왜냐하면
내가 당신에게 큰 죄를 지었으니까
당신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데려와 버렸으니까...
나는 당신의 젊음을 빼앗았소
돌이킬 수 없는 죄요
맞아요
당신이 제 젊음을 앗아갔어요
저의 기쁨도요
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길 원해요
그리고 아기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당신은 들어주지 않았어요
당신이 없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느냐고요?
그런 생각 수 백 번도 더 했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나
당신이 없을 때에도
마틴을 만난 후론 더 그랬어요
마틴과 당신이?
그래요, 마틴과 저요
이제 아시겠지요
그래서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어요
죽었으면요!
아버지, 아버지!
무슨 일이야?
제가 옆에서 지킬까요?
아니, 마틴이 지킬거네
왜 이렇게 조용하세요?
무슨 말이든 해 보세요
아버지가 아셨소?
무슨 뜻이죠?
당신과 나 사이 말이오...
당신이 말했군
그래서 아버지가 날 부른 거야
추워요, 따뜻하게 해주세요
아버지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들리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때문에 눈물 흘리시는 건가요?
아니면 나 때문에?
나 자신 때문이오
어째서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소
모든 것이 끝났소
아니에요, 마틴 이제 겨우 시작이에요
나는 그렇지 않소
우리한테는 시작이에요
왜 아버지가 죽어야 하는 거지?
우리를 위해서 그이가 죽기를 바랬어요
당신이 무섭소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무섭소
가시는 건가요?
제 생각은 안 하시나요?
이제부턴 아버지 생각만 할 것이오
제가 지키겠어요
나도 함께 있을까요?
아니요, 혼자 지키겠소
나를 피하시는 군요
나 자신을 피하는 것뿐이오
우리는 무릎을 꿇고
아버지께 용서를 빌어야 하오
난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를 벌써 용서하셨을 거에요
아버지가 신 앞에서
우리의 죄를 추궁하고 있소
아니에요, 우리를 위해 피해주신 것뿐이에요
우리의 맘 고생을 아시기 때문이죠
당신이 한 말 기억하오?
아버지가 없었으면 한다는 말...
진정 아버지가 죽기를 바랬단 말이오?
나는 단지...
당신 진정 그랬소?
진정 아버지의 죽음을 바랬소?
당신에게 죽음을 불러오는 힘이 있소?
대답해요
저를 화형 시키려는 건가요?
죽음을 부를 수 있는 힘이 있단 말이오?
정신 차리세요, 마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한 죄밖에 없어요
당신이 아버지를 죽인 거요
제발요, 마틴, 날 믿어요!
내가 그이를 죽게 하진 않았어요
아버지 관 앞에서 얘기해 봐요
내가 그이를 죽게 하진 않았어요
이제 날 믿어요?
믿소
우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소?
누가 우릴 막겠어요?
죽은 자는 막을 수 있겠지
우리가 두려워할 자는 죽은 자가 아니에요
헤르로프스 마르트 말이오?
사랑해요
당신도 절 사랑하시잖아요
우린 함께 죄를 지었으니
함께 이겨내야 해요
만약 헤르로프스 마르가 벌을 내린다면
당신은 날 지켜줄 건 가요?
약속하겠소
내 곁에서 떠나지 않을 거죠?
우린 이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소
지금은 불행하더라도
언젠가 행복한 날이 오겠죠
떠난 자의 아들로써 또한 후계자로서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
어머니와 아내와 아들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위대하고 훌륭하신 아버지를 주셨는데...
아버지!
당신은 훌륭한 아버지셨습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아버지께 그런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이렇게 가시고 나니
아버지께 드린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 집니다
만약 살아 계셨다면
더 나은 아들이 됐을 겁니다
이기적이었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친지들을 대신해서 한 마디만 더 하자면
관례에 따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음을
하느님 앞에서 증언합니다
어머니는 임종을 보셨고
할머니와 저는 가시는 길을 지켜드렸습니다
이 분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아들이 사실을 숨긴다면 내가 대신 말하겠소
내 아들은 살해되었습니다
아들을 죽인 자가
저기 앉아 있습니다
남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지요
믿지 마세요 어머니 탓이 아닙니다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어찌 제가 가만있었겠습니까?
넌 그러고도 남아
너도 이 여자에게 홀렸으니까
악마의 힘을 빌어 이 아일 유혹하고
또 남편도 죽여버린
이 여자를 마녀로 고발합니다
어디 한 번 부인하라고 해 보세요
여러분 이 사건을 살펴 봅시다
악마의 힘을 빌어?
고발을 들으셨죠?
그러니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당신 손을 죽은 자에게
대십시오
그리고 맹세 하십시오
준비 되셨습니까?
맹세합니다
증언합니다... 증언합니다...
이렇게 복수 하시는군요
저는 악마의 힘을 빌어
당신을 죽였고
악마의 힘으로
당신 아들을 유혹해
제 손안에 넣었습니다
이제 아시겠지요
눈물이 흘러 내리지만
와서 닦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분노의 날, 불쌍히 여겨
내 죄는 사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내 영혼은 마침내 천국으로 향할 것이다
분노의 날 저희의 부름을 들으시고
슬픔에 잠긴 당신의 거룩한 눈물로
당신의 피로 우리를 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