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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는 금빛 그릇
왼손에는 은빛 그릇
하나뿐이라면 기울어지지
누구나 갖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그릇
금빛 그릇에는 행복을 담아
따뜻한 색으로 빛나네
당신을 만나 넘쳐흐르는 사랑
금빛 그릇에 다 담을 수가 없어
금빛 기쁨
은빛 슬픔
내 모든 것을 버리리라
당신을 위해 사랑을 위해
두 개의 그릇을 비우리라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뭘 입었지?
연보라색 원피스요
매일매일 큰일이군
누가 말리겠어요
입학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어요
일단 일주일 동안 입는 옷을 발표할게요
월요일은 테일러 재킷에 플리츠 스커트
화요일은 오픈 칼라 블라우스에 가디건, 둘 다 베이지색이에요
수요일은 재킷 정장으로 깔끔하게 연출해요
목요일엔 교복을 입고
금요일은 밝은 녹색 원피스예요
이건 어디까지나 계획이고
기분이 좋거나 우울할 땐 바뀐답니다
오빠, 이제 벚꽃이 완전히 져 버리고
썰렁한 느낌의 나무만 남았어요
제2화. 유리 구두
편지
요즘도 편지 써? 남자 친구한테 말이야
남자 친구 아니야
오빠라니까
그게 그거 아니야?
전혀 아니거든 오빠는 오빠라고
난 모르겠다
몰라도 돼
하지만 우리 오빠는 잔소리만 심하다고
맞다, 미안해
그 오빠는 친오빠가 아니지?
몰라
맞아요, 오빠
토모코 말처럼
오빠는 남자 친구도 친오빠도 아니죠
하지만 그날 눈이 내리던 그날이요
난 오빠가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자, 이 문제를 5분 안에 풀도록
그때 오빠는 학원의 아르바이트 강사로
4주 동안 수업을 했죠
그리고 그날이 마지막 수업이었어요
그건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었어요
사랑이 아니었죠
그저 마지막 수업을 맞아
더 이상 못 만나다고 생각한 순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던 거예요
길거리에서 스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런 건 정말 싫었어요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진갈색의 눈동자
그 신비로운 빛에 마음이 끌렸는지도 몰라요
결코 사랑이 아니라...
질문 있어? 그래, 몇 페이지지?
오, 오... 오빠가 돼 주세요
오빠?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편지만 읽어 주시면 돼요
잠깐만
그리고...
시간이 날 때 답장을 주시면 더 좋고요
저기...
답장은 됐어요 그냥 편지만 읽어 주세요
정말이에요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그런데 이름이 뭐지?
미소노오 나나코예요
미소노오?
혹시 조토 대학교 미소노오 교수님의?
헨미, 뭐 하고 있어?
눈발이 거세지고 있어 서둘러 가자
미안, 잠깐 기다려 줘
아빠를 아세요?
아니, 교수님 책을 몇 권 읽었거든
집 주소야
저기...
저기, 그럼...
첫 번째 편지는 고교 합격 소식이면 좋겠다
네
간다
오빠, 오빠
어렸을 때부터 내 가슴을 뛰게 한 단어
어렸을 때부터 내 가슴을 뛰게 한 이 단어
오빠
그 부드러운 울림이 내 것이 된 것 같았어요
다음 정류장은 세이란 여고 앞입니다
맞다, 토모코
이번 주 일요일에 엄마가 주방 써도 된대
정말? 신 난다 이번엔 뭘 만들까?
초콜릿 케이크 어때?
좋아
럼주랑 땅콩 말린 과일도 넣자
부드러운 크림도 듬뿍 올리고
민트 잎으로 장식하는 거야
최고다
실력 발휘해 볼까?
- 재료비는 반반이야 - 응
안녕, 나나코
안녕...
아까부터 불렀는데 안 들렸어?
항상 이 시간에 오지?
응...
그럼 나도 이 시간에 와야겠다
안녕
어서 가자
1교시는 이마이 선생님이셔 항상 일찍 들어오시잖아
흥! 안녕!
정말 예쁘다 오늘 원피스 아주 예뻐
안녕하세요, 언니들
- 안녕 - 안녕, 새끼 고양이
새끼 고양이?
수업종 울렸다 어서 자리에 앉아!
- 그럴 리가 없지 - 맞아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
화내는 모습도 멋지시다
카오루노키미한테 혼다나니 부러워
저도 혼내 주세요
- 얘, 자리 비켜 줘 - 뭐?
- 내 자리랑 바꿔 - 왜?
어서
나나코 옆에 앉고 싶단 말이야
하지만...
거기 왜 그래? 싸우는 거야?
소란 피우지 말고 어서 비켜
자, 이거 네 책이지?
네 옆에 앉아서 정말 좋아
오빠, 시노부 마리코의 이 얼굴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고
난 입학식 때부터 느꼈어요
그 이유는
이상할 정도로 빨간 입술 때문이었어요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 봐?
저기, 네 입술이...
내 입술?
가르쳐 줄게
잘 봐
이렇게 이로 깨무는 거야
언니들은 빨간 입술을 좋아하니까
뭐?
아무것도 아냐
아무튼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빨개져
너도 해 봐
난 됐어
성숙하지만 아주 고집도 세고
비밀스럽기도 해요
마리코는 항상 날 당황하게 만들어요
계산해 주세요
어머나, 미사키
그치만 사실인걸
부모님 모두 난리셔
엄마도 세이란을 졸업하셨고 소로리티 회원이셨거든
대단하다
그럼 2대에 걸쳐 소로리티 회원이 되는 거네
그건 아직 모르지
왜 또 그래 이미 정해진 거라니까
그러지 마
실은 아빠를 졸라서
심사 파티에 입고갈 드레스를 벌써 맞췄어
그럴 줄 알았어
여기야, 나나코
- 드디어 오늘이야 - 어?
어머, 소로리티 말이야
5교시 HR 시간에 후보를 발표한댔잖아
그래서 미사키가 그런 얘길 했구나
미사키 아야?
유감스럽지만 걔도 유력한 후보지
난 걔 싫어
어머...
정말 싫어
무슨 악연인지 중학교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이었는데
짜증 나는 애야
- 넌 어떻게 생각해? - 어?
내가 소로리티 후보에 들 것 같아?
글쎄, 난 소로리티에 대해 잘 몰라서...
사실 나 자신은 있어
소로리티
선택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이 학교의 특별 클럽
마리코와 미사키 모두 예민해져 있지만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엔 소로리티의 존재조차 몰랐던 내겐
마치 다른 세상 얘기 같아요
이 멋진 학교에서 유일하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요
생 쥬스트 님
날 못 알아봤어 눈도 마주쳤는데...
날 잊어버렸나 봐
뭐 하고 있어? 5교시 시작하겠다
생 쥬스트 님! 생 쥬스트 님!
책, 고마웠어
인기는 여전하네
카오루노키미 정도는 아니지
그렇지
그나저나 매일 꼴이 이게 뭐야?
누구처럼 명품 취향이 아니거든
귀족 취향이라고 해 줘
황홀한 투 샷이야
두 분 다 정말 아름다워
농구부에 다시 들어갔다며?
먼지에 땀에 뭐가 그렇게 좋아?
내 맘이야
- 그럼 또 보자 - 그래
비켜
자...
소로리티 선배님들!
드디어 발표하려나 봐
조용
지금부터 소로리티 회원 후보를 지명하겠습니다
호명된 사람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시노부 마리코
네!
멋지다, 축하해 됐구나
어머, 아직 후보일 뿐이야
- 앞으로 나오세요 - 네!
다음, 오리하라 카오루
앞으로 나오시죠
감사하지만 전 사퇴하겠습니다
드문 경우군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소로리티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니까
소로리티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니까
이렇게 말하면 문제가 될 테니
전 건강상의 이유로 해 두죠
그래? 유감이군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마워요
그럼 이 반에서 선발될 마지막 후보는...
미소노오 나나코
납득할 수 없어요!
전 받아들일 수 없다고요!
뭘 못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몰라서 물어?
나나코의 어떤 점이 소로리티에 어울린다는 거야?
- 맞아 - 미사키 말이 맞아
그러는 넌 어울린다는 거야?
입 닥쳐! 포르노 작가 딸 주제에!
뭐, 뭐라고?
중학교 때부터 알았어
잡지에다 이상한 소설이나 쓰는 히카와 시노부가 네 아빠라는 걸 말야
다 알고 있었어
불쌍해서 모르는 척해 준 거야
뭐야, 이게 뭐야!
얼마나 기부를 했는지 몰라도
너도 미소노오도 마찬가지야
넌 소로리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제 그만하지
자식이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마리코!
모나리자 언니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의...
우리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나요?
그래요!
그럼 자진 사퇴한 카오루 대신 후보자로 넣어 줄 수 있어요
네?
그 대신 내 반대표 하나로 떨어질 거예요
미사키!
매년 이런 식으로 많은 신입생들이 서로 다투지
싸움은 인간을 강인하게 만들죠
수많은 싸움을 통해 선발되는 건
소로리티 회원의 자격 중 하나입니다
미소노오
심사 파티는 이번 일요일입니다
12시부터 소로리티 하우스에서요
자, 초대장입니다
미소노오!
미소노오...
안녕, 나나코
왜 이렇게 늦었어? 20분이나 기다렸잖아
소로리티 후보 발표 굉장했지?
우리 반은 다들 들떴다니까
왜 그래?
말도 안 돼
어떻게... 왜?
나도 모르겠어
시노부랑 나, 둘이야
- 그랬구나, 그래서? - 어?
어떻게 할 거야?
심사 파티에는 가야 할 것 같아
이번 주 일요일이잖아
응
케이크...
케이크 만들기로 했잖아!
미안해
미안, 토모코
하지만 걱정 마
분명 심사에서 떨어질 테니까
미안해, 토모코
내가 미안해
내 친구 나나코가 신데렐라가 됐잖아
세이란 중학교에서 온 애들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자
토모코
그만 가자
- 정문 닫히겠어 - 미사키
이대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
오빠에게
유리 구두를 잃어버리고 간 신데렐라는
0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요
나의 0시는 언제일까요?
일요일에 꿨던 멋진 꿈이
당신을 보고는
놀라 달아나 버렸네
지기 싫기는 했지만
당신을 위해
노력하고 끝까지 버텼네
사랑이란 감정이 내 마음에 살고 있어
요정들이 장난치는 게임 같아
언제나 제멋대로 날아다니며 춤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