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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가 되자
봄빛 하늘 아래를
그대는 혼자 걷기 시작하는 거야
언젠가 꿈 꾸었던 것을
그려왔던 기나긴 길,
교복과 함께 지나 온 날들을
오늘의 추억으로 새기고
새롭게 태어나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어
불안한 듯 뒤돌아보는
그대가 힘겹게 미소 지을 때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은
어른이 되기 위한 마침표
영원한 벚나무가 되자
그래, 나는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 거야
혹시 그대가 마음의 길에서 길을 잃어도
사랑의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여기에 서 있을게
교실에 햇빛이 쏟아질 때
친구들과 얘기하던 미래는
그대가 지금 걷기 시작한 그 한걸음 앞에 있어
그대는 만발한 계절만을
마냥 즐기는 것에 만족하면 안돼
세찬 바람에 떨던
겨울을 이겨내고 꽃이 피었어
아무도 없는 교정
가끔은 혼자 돌아와,
졸업한 그 날의
빛나던 그대를 만날 수 있어 좋아
영원한 벚나무가 되자
스타트 지점이 될 수 있게
꽃잎이 모두 떨어져 져버린대도
가지가 양팔 벌려 기다리고 있어
누구나 가슴에 새겨둔 눌러 말린 꽃잎(압화)과 같은
결심을 어디엔가 잃어버리고 있어
떠올려봐요
벚꽃 피는 계절의
나를
한 그루의 나무를
영원한 벚나무가 되자
그래, 나는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 거야
혹시 그대가 마음의 길에서 길을 잃어도
사랑의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여기에 서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