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Highlight text to annotate it
X
전 일하러 갈게요
제가 늦으면...
아무한테나 이 쪽지를 주면 저한테 데려다 줄 거예요
늦게 오니?
아뇨, 혹시 제가 늦으면요
갈게요, 엄마
이름이 뭐니, 아가?
압달라
압달라
좋은 이름이네, 압달라
이거 받으렴
사탕이야
괜찮아, 받아
이건 네 거
그래, 여보
지금 5시 20분이야
괜찮아
옷 갈아입고 밥 먹은 다음 다시 전화할게
그래
주차해야 하니까 끊을게
그래
안녕
안녕
할머님
할머님
왜 그러슈, 청년?
죄송합니다 제가 이 집에 사는데요
아침부터 여기 앉아 계신 걸 봤거든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아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날 데리러 올 거라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말만으로도 고마우이
그냥 물이나 좀 얻어 마실 수 있을까?
- 그럼요 - 온종일 목이 너무 말라서
네, 물론이죠
정말 고맙수
- 입 대고 마셔도 되나? - 괜찮아요
- 살 것 같네 - 아드님은 언제 오세요?
일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
자기 집에 데려간대
손자랑 며느리도 만날 거야
난 도시에 처음 와본 거라서
- 정말로요? - 그럼, 하늘에 맹세해
하지만 내 아들은 여기 도시에 산다우
엄청난 부잣집 딸이랑 결혼해서
아주 예쁜 손자도 낳았다우
잠깐, 사진 보여줄게
이름은 하마다야
정말 귀엽지 않수?
몇 살이죠?
1년 6개월 됐지
할머니를 닮아서 귀엽네요
옛날에나 그랬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우
손자 사진을 받기까지
아들 때문에 참 힘들었어요
아들이 날 보러 올 때마다 물어봤죠
왜 며느리랑 손주는 안 데려왔느냐고
여행을 하면 며느리가 피곤해한다나
나 같은 늙은 할망구도
사람들이 도와줘서 기차를 타고 왔는데
아들이 역까지 마중 나왔다우
하지만 내가 뭐라고 말하겠수
요즘 여자들이 그런걸
그건 그렇고 젊은이는 이름이 뭔가?
- 압달라예요 - 신의 가호가 있기를
잘생긴 청년이네 취향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고맙습니다
저기, 뭘 좀 보여줄 테니까
젊은이 의견을 솔직히 말해줘요
보여주세요
며느리 주려고 샀는데
마음에 안 들어할까 봐 말이야
솔직히 말해봐요 거짓말은 하지 말고
아주 예쁘네요
정말?
네, 맹세할게요 아주 예뻐요
그래, 사돈 집안도 우리가 누군지 알아야지
[둘 다 웃는다]
[전화벨 소리]
수신 전화 내 사랑
참, 아드님 전화번호를 갖고 계시면
제가 연락해드릴 수 있는데요
- 정말? - 네
나한테 이 쪽지를 줬는데
자기가 늦으면 아무한테나 주라더라고
쪽지를 본 사람이 데려다 줄 거라고
주세요, 전화번호인가 보네요
바쁠지도 모르는데 전화하면 안 좋을지도 몰라
그냥 주세요 아드님이 괜찮은지 확인할게요
하마다가 보고 싶지 않으세요?
그래, 대신 아들이 나를 데리러 오면
젊은이도 우리 아들 집에 가서 함께 점심 먹어야 해
부탁입니다 이 할머니를 찾으신 분은
제일 가까운 양로원에 데려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