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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오! 나의 님이여
위안을 주오
고통 속에서
한숨짓는 내게
오! 내 소중한 사랑을 돌려주오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주오
수잔나, 이리 가까이 오렴 아는 대로 다 이야기해 다오!
말씀드린 내용이 전부에요
그래, 널 유혹하든?
백작님은 저 같은 여자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잠시 즐기려는 거예요
잔인한 사람, 이젠 날 사랑하지 않아!
아니에요 그렇다면 왜 나리가 질투를 하겠어요
남자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가 없구나
부인의 정조는 항상 강조하면서 자기는 마음대로 바람을 피우다니
하지만 피가로는 정말 너만을 사랑하는 것 같아
랄랄라 라~
피가로 어서 와요 마님께서 근심이 크세요
마님,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계획이 있어요
바질리오를 시켜서 백작에게 편지를 보냈소
오늘 밤 마님이 무도회에서 애인과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말이지
세상에! 뭐라고! 질투심 많은 백작에게...
그럼 더 좋죠 자기가 백작에게
저녁에 정원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아직 떠나지 말라고 붙잡아 둔 케루비노를
여장을 시킨 다음에
그 친구를 백작에게 보내는 거야
이게 우리에게 가장 나은 방법이야
백작이 그 친구를 유혹하는 것을 마님이 보게 되는 상황을 만들면
모든 일이 우리 뜻 대로 되는 거야
- 어떤 것 같아? - 나쁘진 않네요
계획을 세웠으니 어서 준비를 해야겠죠?
백작께서는 사냥을 가셨으니 금방 돌아오시진 않을 거예요
내가 가서, 얼른 케루비노를 이리 보낼 테니
- 두 분이 그 친구를 변장시켜주세요 - 그리고 다음에는?
그리고...
주인님 춤추고 싶으시다면
제가 기타로 반주를 해드리죠
수잔나, 백작이 네게 한 내용을
케루비노가 다 들은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야
넌 내 기분 모를 거야 그런데...
그런데 그 애가 썼다는 노래는 어떤 것이지? 왜 나한테 직접 불러주지 않았을까?
이거에요 걔가 오거든 한번 불러보라고 해 보자고요
쉿! 누가 오나 봐요
왔네요
들어와 우리 용감한 장교님!
아 그렇게 부르지 마
친절한 백작부인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슬퍼져
- 또 아름답고... - 아 그래, 정말...
아 그래, 정말 요 바람둥이야
여기 이거! 오늘 아침에 바로 그 노래야
어서 마님께 불러드려
누가 그 노래를 만들었니?
저것 보세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 것 봐
내 기타로 그의 노래에 반주해 주겠니
무척 떨리네요 그래도 마님께서 원하시면
당연히 원하시지, 어서 시작해
그대는 아시나요 사랑이 무엇인지
내 맘에 간직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내 마음 속에 이 느낌 모두 말하리
처음 느끼는 이 기분 전 알 수가 없어요
내 가슴에 끓는 정열
금방 기뻤다가 또 금방 괴롭고
얼어붙은 밤이었다가 다시 불같이 타오르고
어느새 차가워지는 내 마음이여
행복을 찾아 헤매는 나는
누구로부터 얻을지도 무엇을 얻는지도 몰라
뜻도 모르는 한숨과 번민으로
이유도 모르고 떨리는 내 마음
내 마음에 평화는 사라졌네 밤이든 낮이든
브라보! 목소리가 참 좋네
노래를 이렇게 잘할 지는 미처 몰랐네
와, 정말 못하는 게 없구나
이리 와봐, 멋진 장교님 혹시 피가로가...
그래 다 들었어
어디 보자, 잘 될 거 같은걸!
키도 비슷하고, 코트 좀 벗어봐
- 뭐하는 거야? - 걱정 마세요
누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
뭐 우리가 나쁜 짓하는 건가요? 그래도 문은 잠글게요
머리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내 옷 방에서 모자를 가져 오너라, 어서!
- 그게 무슨 종이지? - 입대 명령서에요
그 사람들 참 꼼꼼하기도 하구나
방금 바질리오가 줬어요
서두르다 보니 도장 찍는 것을 잊었나 봐
- 도장은 왜 찍는 건데요? - 백작의 지시라는 뜻이야
어머나! 서둘러야겠어요! 자, 여기 모자
그래 빨리 해 그이가 돌아오면 큰일이야
이리와, 무릎을 꿇고
여기 가만히 있어 봐
조용히 이리로 돌아 봐
좋아, 이제 됐네
이젠 돌아서서 날 봐
이런, 여기 날 보라니까
똑바로 좀, 똑바로 날 좀 보라고
마님은 그만 보고
고개 좀 더 들고
눈은 내리 깔고
손은 앞으로 포개고 어디 걷는 모습을 불까
어떻게 걷는지 한번 보자
저 깍쟁이 좀 보세요
얼마나 잘생겼는지!
빛나는 눈동자
귀여운 뺨 예쁜 모습을...
여인들이 얘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좀 어설퍼 보이는데!
전 누가 저인지도 모를 정도인데요
요 장난꾸러기 어쩜 이렇게 예쁠까!
장난 그만하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봐
옷이 잘 맞도록 말이야
좀 더 올려, 그래 거기까지 이건 무슨 리본이지?
- 제게서 훔친 거죠 - 피가 묻었네
피가... 어찌해야 좋을까...
조금 전에 실수로 넘어져서 돌멩이에 조금 다치는 바람에
상처를 이것으로 동여 맸어요
어디 봐! 큰 상처는 아니네
어쩜 팔이 나보다 더 흰 거봐 여자아이같이...
농담은 그만하고 저기 선반에 가서
상자 안에 있는 작은 약병을 찾아오너라
그 리본은 내가 아끼는 색깔이라 네게 줄 수는 없으니 돌려주련
여기 가져왔어요 이젠 뭐로 상처를 매어야 하나?
상처는 다른 리본으로 매도록 해
아니, 저 리본이 절 더 빨리 낫게 할 것 같은데요!
왜? 새 것이 더 좋을 텐데
하지만 그 리본 머리도 묶지만 살결에도 닿았던 건데, 어떤 분의...
누구의... 새 것으로 해라, 알겠니?
더 잘 낫는다는 건 말도 안 돼는 소리야
마님 제발, 저는 곳 떠나야 할 몸
바보! 그건 안 돼!
- 아 속상해! - 너 우는 거니
신이여! 차라리 지금 내 생명을 가져가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내 입술을...
그런 말 하면 안 돼!
누가 문을 두들기나?
왜 문이 잠겨 있소?
아, 남편이다, 맙소사! 어떻게 하지!
겉옷도 안 입고 넌 여기 있고!
그 편지를 받고 이런 모습을 본다면 질투가 대단할 텐데
누구와 같이 있소?
- 저 혼자, 여기 정말 나 혼자 있어요 - 누구와 말하는 것 같았는데?
당신에게, 바로 당신께 말하는 거예요
이런 모습을 보면
주인께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 어쩌면 좋죠
아, 하늘이여 저희를 위험에서 지켜 주세요
이상한 일이군!
전에는 문 잠그는 일이 없었잖소!
- 그렇죠, 지금은 무언가 하고 있던 중이라... - 무엇을...
방금까지 수잔나가 옷을 갈아입혀 주고 있다가 지금 방으로 돌아갔지요
하여간 당신 오늘 좀 이상하오 이 편지를 보시오
(이런! 피가로가 쓴 편지구나!)
이건 무슨 소리지? 당신 옷방에서 무언가 떨어졌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
무슨 꿍꿍이가 있군
- 무슨 꿍꿍이라니요? - 안에 누군가 있어
- 누가 있단 말이에요? - 그걸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것 아니오
아 그래, 수잔나에요, 당연히
자기 방에 갔다고 했잖소!
자기 방이였는지, 옷방인지 모르겠네요
수잔나! 그런데 왜 그리 당황하시오?
하녀 때문에 제가 당황한다고요?
수상해 당신 확실히 뭔가 숨기고 있어
그 아이에 대해서라면 내가 아니라 오히려 당신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네요
아 그래, 그럼 한번 두고 봅시다
수잔나, 이리 나와 봐
어서 나오래도 명령이야
- 잠깐, 내말 들어봐요 -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 그 애는 지금 못 나와요 - (케루비노는 어디 갔지?)
감히 내 말을 거역하는 거냐?
부끄러워서 그렇죠
지금 안에서 결혼식 날에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어요
- (틀림없이 뭔가 있어) - (틀림없이 무슨 일이 일어날 거야)
- (저 안에 애인이 있을 거야) -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거야)
- 백작부인: (이것 참 야단났네) - 수잔나: (방법이 떠올랐어)
수잔나!
잠깐만
이리 나오너라
이리 나와
-나오래도! -그만
이건 명령이야
그 애는 지금 못 나와요
그럼 무슨 말이라도 해 보거라
수잔나, 거기 있니?
안 돼, 안 돼, 하지 말거라 절대 아무 말하지 마
- 부인 이러지 마시오! - (이런 세상에 큰일이네)
- 이런 스캔들이 알려져서 좋을 것 없는 것 - (큰 스캔들이 일어나고야 말겠네)
- 부인 이러지 마시오! - 여보 이러지 마세요!
이런 스캔들 알려져서 좋을 것 없는 것
정말 열지 않겠소?
왜 제가 그 방문을 열어야 하죠?
그래, 당신 방이다 이거지 열쇠 없이 열어주지, 거기 누구 없나!
어떻게 저럴 수가? 당신은 제 명예를 더럽힐 셈인가요?
당신 말이 맞소, 내 실수요 하인들에게 소문나면 곤란하니
내가 직접 조용히 문 열 것을 찾아오지
잠깐 기다려보시오 그보다는 확실히 해 두기 위해
문은 모두 잠가 놓아야겠군
(어떻게 해야 한담!)
그러면 나와 함께 같이 가실까요
- 부인 제 팔을 잡으시오 - 가요
수잔나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거라
빨리 문 열어, 나 수잔나야!
나와, 빨리 나와 어서 도망쳐야 해, 어서 도망가
너무 끔찍한 순간이었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아
- 이쪽으로, 아니 저쪽으로 -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 포기할 수는 없어 - 그가 널 보면 널 죽일 거야
여기로 나갈 수 있어
정원 쪽으로 향해 있네
안 돼, 케루비노! 하지 마! 다칠 거야!
아니야, 뛰어내려야 해
- 안 돼! 케루비노! - 그가 날 보면 죽일 거야
- 뛰어내리기엔 너무 높아, 하지 마! - 가야 해
그녀를 곤경에 처하게 하느니 차라리 불 속에 뛰어 들겠어
그녀를 위해서라면 안녕...
안 돼, 그러다 죽을지도 몰라! 그만, 안 돼!
총알처럼 도망가는 거봐! 어떻게 저렇게 뛰지
벌써 몇 마일은 간 것 같은데
이럴 시간이 없지 옷방에서 기다려야지
그래 한번 해보자 나쁜 놈 난 준비됐다고
다 그대로 있군
당신이 열어보겠소? 아니면 내가?
아니, 잠깐만 제 말 좀 들어 줘요
당신 정말 그렇게 저를 못 믿으시겠어요?
당신이 결백을 증명하기 원한다면 내가 저 방안에 들어가면 되오
알았어요, 말할게요 내 말 끝까지 들어줘요
수잔나가 아니지!
- 네, 다른 사람이에요 - 그래서 누구란 말이오! 말을 하라니까
- 제발 좀! 꼭 말해야 되요? - 말하란 말이야
- 그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에요 - 어린아이?
네 케루비노에요
(난 어디를 가던 그 놈과 마주칠 운명인건가!)
뭐야? 그 놈이 아직 안 떠났어? 교활한 놈! 어찌된 노릇인지 이제 알겠군
그 편지가 경고했던 혼란스런 상황이 이제야 설명이 되는구만
당장 나와 나오라고 이 망할 자식아
아, 나의 주인이시어 그 아이는 죄가 없으니 살려 주세요
아직도 날 방해할 건가?
- 제 말 좀 들어봐요 - 말해 보시오
맹세컨대 나는 의심받을 짓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를 보시면 단추를 풀러 가슴까지 다 벗고 있을 거예요
단추를 풀고! 가슴까지 벗었다고! 계속 말해 봐!
그를 여장시키려고...
그만 해, 이 더러운 여편네야 이놈을 가만두지 않겠어
당신은 내게 화내선 안돼요 당신의 의심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요
열쇠를 내놓으시오!
- 그는 죄가 없어요 - 열쇠를 내놓으시오!
- 당신도 아시겠지만... -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소
내가 직접 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경멸스럽군, 나를 속이려 들다니
- 떠나겠어요, 하지만 정말 잘못은 없어요 - 듣기 싫소, 듣기 싫소
당신 얼굴에 죄인이라고 쓰여 있어!
- 죽여, 죽여 - 아, 무모한 질투심이
- 그 놈을 죽여서 이 고통을 끝내겠다 - 그를 분노하게 했네
- 이 고통을 끝내겠다 - 질투에 눈이 멀어...
- 이 더러운 여편네... - 그를 분노하게 했네
- 수잔나? - 수잔나?
- 수잔나? - 수잔나?
주인님
왜 그리 놀라세요?
그 칼로 어서 저를 죽이셔야죠
악마의 시종이 나왔답니다
어찌된 일이지?
- 일이 어떻게 된 거지 - (어지럽구나...)
- (둘 다 놀랬나 봐, 어리둥절해 하는구나) - (수잔나가 거기에 있다니..)
저 안에서 혼자 있었니?
보세요, 혹시 또 누가 있는지
- 보자고, 여기에 있을 거야 - 보세요, 혹시 또 누가 있는지
수잔나, 나 기절할 것 같아, 숨을 못 쉬겠어
걱정 마세요, 그는 이미 달아났어요
큰 실수를 했소!
정말 뭐라 말할 수 없구려
당신에게 범한 실수를 부디 용서해 주오
하지만 이런 장난은 너무도 심한 것이잖소
당신의 그 이성을 잃은 모욕은 용서받기 힘든 것이에요
- 사랑하오 - 그런 말 마요!
- 맹세할 수 있소 - 거짓말
날보고 당신을 속이는 더럽고 부정한 여자라고 했잖아요
도와다오, 수잔나, 화를 풀 수 있게
의심한 대가로 그냥 받아 드리세요
내 믿음과 충실한 사랑에 대한
보답이 겨우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마님!
로지나!
잔인한 사람! 난 더 이상 그 여자가 아니에요
당신의 무정함에 비참한 피해자였던 여자가...
그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기쁨인 그런 당신의...
- 용서해주오, 나는 반성하고 있소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오 - 용서해주세요, 그는 충분히 벌 받았어요
- 다시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 잔인한 사람! 이런 고통은 못 참겠어요 다시는 이런 일은 용납 못해요
그런데 안에 시동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을 시험했죠
왜 그리 떨었던 거요
당신을 속이려고요
그러면 이 기분 나쁜 편지는?
피가로에게 쓰게 해서 바질리오에게 전하게 했죠
이 배신자들! 내가 이놈들을...
남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용서받을 자격이 없어요
좋소, 원한다면 그 일은 조용히 넘어가지
로지나 이제 마음 푸시오
아 수잔나 난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하지!
그렇다고 언제까지 분노를 품고 살수는 없잖아?
마님, 원래 남녀관계가
옥신각신해도
다 칼로 물 베기라잖아요
- 여보 - 성가신 사람!
여보, 용서해요, 반성하고 있소
아 이제야 겨우
다 잘 해결되었구나 위기를 넘겼어
주인님! 마님! 악사들이 왔습니다
나팔소리가 들리고
피리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춤추며 노래하는
우리의 결혼식을 축복해 주세요
잠깐, 잠깐만, 가기 전에
모두 기다리고 있는 걸요
가기 전에 먼저 이 문제를 해명해야 할 것 같은데
(곤란하게 됐구나)
- (이 녀석을 신중하게 추궁해야 할 텐데...) - (어찌 되려고 이러나)
말해 보거라, 우리 충직한 피가로 이 편지는 누가 썼지?
난 모르겠는데요, 전 몰라요
- 모른다고? - 몰라요
- 당신이 이걸 바질리오에게 준... - 네가 준 거잖아
- 이제 알겠냐! - 모릅니다 몰라요!
- 멋진 사내와... - 오늘 밤, 정원에서...
- 알겠나? - 모릅니다 몰라요!
변명하러 애쓸 것 없어 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네가 하는 거짓말은 내가 훤히 꿰뚫고 있다
전 거짓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 이미 모두 이야기했으니 - 전 거짓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애써서 둘러댈 필요 없어
- 정말 할 말이 없느냐? - 할 말이 없습니다
- 정말 할 말이 없다고? - 없고말고요 나리
그만해 이 바보 연극은 다 끝났다고
연극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결말 맺듯이
저희의 결혼도 마지막을 장식해야지요
- 주인님,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 여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마르첼리나, 마르첼리나!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아 나리... 나리....
무슨 일이냐?
어떤 놈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무슨 말이오? 무슨 일이 생겼소?
- 들어 보십시오 - 어서 말해 보시오
발코니에서 정원으로 버려지는
온갖 것들을 매일 보지만
오늘이 제일 가관이었소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오
- 발코니에서 정원으로? - 이 카네이션을 좀 보십시오
피가로 어떻게 해봐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상황이 안 좋아지는구나)
술이 잔뜩 취해서 무슨 헛소리야?
어떤 놈이 뛰어내리는 것을 봤다는 거지 어디로 가던가?
급하게 도망쳤습니다
눈 깜작할 사이 사라졌습죠
- 케루비노를 말하는 거야 - 알아, 나도 아까 봤어
- 조용히 해라 - 아 하하하!
- 왜 웃는 거냐? - 아 하하하!
하루 종일 곤드레만드레구만
차근차근 말해 보거라
- 한 남자가... - 한 남자가...
- 발코니에서... - 발코니에서...
주인님 저자가 지금 술주정을 하는 것 같은데...
계속 말해 보거라
얼굴을 보았느냐?
- 보지 못했습니다 - 피가로 들었어?
거기 멍청한 영감 오두방정 그만 떠시지
카네이션 몇 송이 때문에 이런 소란을 만들다니
더 이상은 숨길 수가 없으니 제가 사실을 말씀드리죠
제가 거기서 뛰어내렸습니다
- 누가? 네가? - 왜 놀라십니까?
(역시 피가로야!)
믿을 수 없군
왜 이렇게 갑자기 덩치가 커졌지?
믿을 수 없군
뛰어내렸을 때와는 덩치가 다른데...
원래 뛰어내릴 때는 좀 작아 보이지
-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 (저 영감이 자꾸 물고 늘어지기는!)
- 확실히 말해 보거라 - 제 눈에는 소년같이 보였습니다마는...
- 케루비노! - (망할 영감!)
물론 그 애죠.
세비야에서 말 타고 돌아 왔겠죠 그놈은 세비야에 있으니까요
아니야 아니야! 말이 뛰어내리는 것은 보지 못했는걸
- 그만들 해라 - (다행이다)
- 여기서 끝내자 - (어떻게 끝날까?)
- 너였느냐? - 제가 뛰어내렸지요
- 어째서? - 무서워서...
- 뭐가 무서워서? - 그게 어찌된 일이냐면
새색시 단장하는 것 훔쳐보려다가 나리가 고함치고 화내는 소리가 들리기에...
편지 때문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무서워서 뛰어내렸어요 그래서 이 다리도 다친 것이고요
이 편지도 네가 잃어버린 것이냐?
이리 내놓아라
(이거 큰일이군)
피가로 어떻게 좀 해 봐요!
이 종이가 뭔지 말해 보거라
잠시만요 가지고 다니는 것들이 많아서...
빚쟁이들 이름 적어둔 거겠지
아니 객실 하인들 명단이겠지
빨리 말해 넌 그만 가보고
그만 가시오
내가 가긴 한다만 너 언제 한번 걸리기만 해봐!
- 그냥 가라 좀, 하나도 겁 안나니까
자 그래서...
- (세상에, 저건 케루비노의 입대 명령서야!) - 자 이제...
- (입대 명령서래!) - 이제 그만 말해야지?
물론이죠!
그것은 케루비노가 떠나기 전에 저에게 맡기고 간 입대 명령서이지요
왜 이걸 너에게 준거지?
없어요...
없다니?
- (도장!) - 대답해
보통...
어서, 왜 망설이지?
보통 명령서에는 백작님 도장이 꼭 있어야 하지요
이 놈이 정말...
- (모든 것이 뭔가 의심스럽군) - (아무리 방방 뛰어봤자 더 이상 나에게서는 얻을 것이 없을걸)
(이 폭풍 속에서 살아남는다면 앞으로 어떤 일도 두렵지 않겠네)
공정하신 백작 나리
우리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 (저들이 날 대신해 복수하러 왔군) - (저들이 우릴 방해하러 왔군)
-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군) -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저 세 바보는 모두 제정신이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온 건가요?
조용! 서로 말 끊지 말고
한사람씩 천천히 말해 보거라
이 사람은 나와 결혼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저는 계약이 이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뭐라고!
조용!
내가 공정하게 판결할 것이다
저는 그녀의 증인으로 사실을 보증하고
정당한 청구를 입증하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저런 악당!
조용! 모든 것은 순리대로 처리될 것이오
저는 순리를 아는 사람으로서 대출자금과 결혼약속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러 이 자리에 왔습니다
셋 다 미쳤군
조용히 하시오!
내가 계약서를 읽어볼 테니
모든 것은 순리대로 처리될 것이오
황당하네 충격적이야
잘 되어 가는군 좋은 기회야
절망적이야 어찌할 줄 모르겠네
다들 한방 먹은 표정이군
지옥에서 어느 악마가 저들을 이 곳으로 보냈는가
하늘의 뜻이 우리를 이 곳으로 오게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