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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흥영화 주식회사 작품
개그맨
제작기획 : 이태원
각본 : 이명세, 배창호
안성기
황신혜
배창호
전무송
특별출연 : 김세준, 손창민
편집 : 김현
녹음 : 이영길
음악 : 김수철
조명 : 차정남
촬영감독 : 유영길
감독 : 이명세
아이고, 되게 덥네
왜 여름은 뭐 하러 있죠
그냥 간단하게 봄 가을 겨울 있으면 좀 좋아요
저, 선생님
개고기 좋아하십니까?
전 그 여름에 개고기를 안 먹으면 영 힘을 못 씁니다
개고기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니 좋거든요
근데 그 요즘 보신탕 집 고기는 못 먹습니다
그 스피치든 푸들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 다가
물 먹여서 키운 고기라서요
질기기만 하고 뜯을게 뭐 하나도 없어요
그저 개고기라 하면
국산 똥개가 최고예요, 최고
저번에 주간지 보니까
이주일 씨 말입니다
세금을 1억을 넘게 냈다는데
연예인들이 돈을 그렇게 많이 버는 모양이죠
그 양반도 젊었을 때 고생 많이 했다는데
역시 사람은 운을 타고나야 하는 모양이에요
선생님께서도 어렸을 때 그 방면에 소질이 많으셨죠?
물론 그러시니까 하고 계시겠지만
저도 어머니 뱃속 에서부터 영화를 본 놈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셨더래요
그래서 그런 지 어렸을 때부터 영화배우가 되고 싶더라고요
저 옛날에 영화 숫하게 봤습니다
그 카크 다그라스 나오는 영화 바이킹 기억나십니까
그 아주 감동 깊은 영화였죠
바이킹들이 돌아 와서 잔치 벌이는 장면 기억나시죠?
그 카크 다그라스 통닭 뜯어먹는 그 장면 말이에요
그 통닭 참 맛있게 먹죠?
불쌍한 친구
한 송이 장미를 갖다 줘도 개고기처럼 삶아 먹을
불쌍한 친구
저기 뒤에서 오른 쪽으로 세 번째 앉아있는
저 안경 낀 친구 은행 대리쯤 될까?
저 친구 월급으로는 여기서 술 마시기 힘들 텐데
대출한 건 해주고 쥐약 좀 받으셨나?
불쌍한 친구 하루 종일 돈이나 세고
여자하고 침대에 들어갈 궁리나 하는 불쌍한 친구
저 17번 아가씨, 얼굴은 저렇게 깔깔 웃고 있지만
머릿속엔 온통 팁을 얼마나 뜯어낼까 궁리하고 있겠지
저기 저 아줌마 또 오셨네
그런데 오늘은 젊은 남자로 파트너를 바꾸셨군
불쌍한 여자 베토벤을 틀어줘도
지르박이나 출 불쌍한 여자
언제부터 이 시대가 꿈보다는 빵을
낭만보다는 현금을 사랑하는 시대가 되었던가
언제부터 이 세상이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사막과 같은 막막한 세상으로 바뀌었던 건가
이 시대의 천재 인간 이종세는
과연 이 시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언제나 여러분들의 삶 속에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들의 귀염둥이 늘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종세
개그맨 이종세, 저희 맘모스에서 내일 또 다시 만나 뵙길 마음속 깊이 기대하면서
저 이종세, 오늘 물러갑니다
여보세요, 나야
응, 웬일이야?
잘 지내지, 그럼
응?, 우리 미셀?
살이 점점 쪄서 걱정이야 지난달 보다 1kg이 늘었어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치즈나 우유같은 건 통 먹지를 않아
아무래도 다이어트를 좀 시켜야 되겠어
참, 얘 어디 갔지? 잠깐만
미셸, 미쉘?
미셸
미안, 미안
우리 그이? 오늘 와
미국에 출장 갔었잖아
외롭긴 뭐
벌어다 주는 돈 가지고 친구들이랑 쇼핑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그냥 그렇게 즐기면서 사는 거지
어머, 너도 골프 로 바꿨니? 그래, 얘
에어로빅은 힘만 들고 재미도 없어서
나도 골프로 바꿨어 뭐? 벌써 보기풀이나 해?
와, 너 프로 됐구나?
어 잠깐만, 전화 끊자
우리 그이 왔나 봐 응, 다음주에 필드나 같이 나가자
응, 잘 있어
당신이에요?
저 이 이사입니다
사모님 놀라지 마십시오 이사님께서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지금 막 수술 에 들어가셨는데 경과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컷!
- 미스 유, 미쳤어요? - 아니요, 아니요
저 사람 정말 웃기게 생겼어
뭐야?
저 감독님이시죠?
수고가 많으십니다
- 한 열 카트쯤 남았습니까? - 아, 예
지금 찍는 영화 테마가 뭡니까?
이런 테마가 너무 낡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촬영은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시작해야 되겠죠?
- 자, 여기 - 아, 예
저 좀 몽환적이고 권태롭고 기괴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데는
여름배경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배우들은 좀 모험이지만 신인으로 하고 싶습니다
기성배우들은 너무 낡아서요
누구십니까?
제 이름을 잊으셨군요
늘 종달새를 떠올리시면 쉽게 기억나실 겁니다
종세, 이종세입니다
그 일전에 감독님 사무실로 보내드린 시나리오가 바로 제가 쓴 겁니다
- 아, 예 - 내일 촬영 없으시죠?
전 오전에는 잠을 자야 됩니다
오후 세시쯤 어떻습니까?
그때 만나셔서 촬영 스케줄을 의논하시는 것이?
- 감독님 TV 인터뷰 준비 다됐습니다 - 어, 알았어
현대 사회에 있어 여성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적인 성장과 더불어
성이 도구화 되는 현대 부부간의 성문화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본 것이죠
미스 윤은 말이죠 그 러브신을 아주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실제 경험도 있습니까?
네, 저...
아 죄송합니다
이거, 이거 미안합니다 다시 한 번 하죠
잠깐만요 테이프 좀 갈고 하겠습니다
비원 앞에 있는 원 다방 아시죠?
신원 예식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거요 오후 3시에 거기서 뵙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 조 부장 - 아, 예
조 부장은 왜 현장 정리에 신경을 좀 안 쓰나?
저기 저 콧수염 기른 친구 말이야
저런 쓸데없는 친구를 이 세트장에 들여보내느냐고
아 저는 감독님 옆에 늘 붙어 있길래
뭐 잘 아시는 사이인 줄 알았죠
아니, 내가 저런 친구를 잘 아는 사람처럼 보여?
이번 영화에서 맡으신 그 배역이
좀 히스테릭한 그런 역할이죠?
여기 하나 땁시다 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언제나 여러분의 사랑 속에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의 귀염둥이
늘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종세
- 개그맨 이종세 입니다 - 네
이 영화에서 맡으신 배역이 개그맨인가요?
전 배우가 아니라 신인감독입니다
- 아, 예 - 이번에 회사에서
- 메가폰을 잡게 될 예정 입니다 - 네
곧 4천만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는
- 영화가 탄생할 것 입니다 - 아, 예
아마 이 영화가 공개되면 절 만나시기가 어려우실 테니까
물어볼 것이 있으시면 지금 많이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아 저 나 좀 봅시다
아 이사람 구경꾼이에요 구경꾼
- 어머 세상에 - 일로 와요, 뭣들 하고 있어
- 너 뭐야? - 예? 언제나 여러분의 사속에
쏙쏙 자라나는 귀염둥이 개그맨 이종세입니다
가
좋은 말 할 때 빨리 가
내일 오후 3시 비원 앞, 원 다방입니다
감독님이 잊지 않으시도록 다시 전해 주십시오
너 정말 못 가?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서 모이신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 영화를 꿈과 낭만의 예술로써 사랑하시고
이해하시는 분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이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에, 또한...
에, 또한...
또한 이 영화를 만드느라고 수고하신
우리 스텝 캐스트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에게 주어진 이 수상의 영광을
저 이종세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세계와 인간의 어둠을 뚫고
환히 불을 밝히며 한없이 질주하는
저 야간 열차와도 같은 영화예술의 위대한 승리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아, 뜨거!
아저씨, 이현세 거 새로 나온 거 있어요?
허영만이 거밖에 새로 나온 게 없는데
선생님!
선생님이 이런 데까지 웬일이십니까?
- 소재 찾으려고요 - 아, 예
전 이거 영화로 나온 거 심야 극장에서 봤거든요
감독이 영화를 만화보다 훨씬 못 됐던데요?
아저씨, 이거 다 보셨어요?
아저씨, 이것도 빨리 보시고 저 주셔야 되요
요즘 만화는 애들 정서 교육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거 뭐 전부 다 스포츠 아니면 로봇 만화뿐이니
선생님
거 옛날에 엄미자 유리의 성이나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천리
박기정의 가오파 같은 거는 얼마나 감동이 깊습니까
또 공사무도 그래요 산호의 라이 파이, 철인 28호
박수장의 요술 지팡이같은 것은 상상력이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또 김경원의 의사까불이, 추동성의 짱구 박사
그 요즘 고우 영씨가 옛날 추동성입니다
알아
인창의 땡이, 박기준의 두통이
이런 것은 성격 묘사가 예민하지 않습니까?
문형
-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지? - 예?
뭐 어렸을 때, 좀...
저같은 놈이 배우는 뭐...
이 세상 사람들이 진정으로 만화를 볼 줄 안다면
날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문형
난 오늘 처음으로 나와 공감대가 같은 사람을 만난 것 같소
아유
문형은 아주 훌륭한 성격 배우가 될 것이오
내가 그 동안 쓴 작품이 하나 있는데
내가 곧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요
그동안 주연 배우를 못 찾아 걱정이었는데
이제야 찾은 것 같소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계시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해보겠습니다
- 몇 권봤지? - 다섯 권이요
에이 그러지마 이씨 아까 몰래 두건 몰래 빼봤잖아
잘해보겠습니다
아유, 이 자식들 여관비도 없나
- 가자, 가자 - 다른 데로 튀었나 본데
자식들, 춤 몇 번 춰줬으면 됐지
술 몇 잔 사줬다고 세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고마워요, 아저씨
아저씨
저, 커피...
아저씨, 이제 보니까 되게 웃기게 생겼다
아저씨,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 데
아저씨, 혹시 연예인이에요?
텔레비전에서 봤나? 아저씨 텔레비전 나와요?
영화감독
아저씨 정말로 영화감독이에요?
무슨 영화 만들었는데요?
아직 신인이에요
나 정도면 영화배우 해도 되겠어요? 안되겠어요?
으응...
아저씨, 나 아저씨 집에 가도 될까?
위선자, 사기꾼
겉으로는 친절한 척 하지만
속에는 늑대의 탈을 쓴 이중인격자
나를 집으로 데려간 다음에 양주 몇 잔 먹이겠죠?
그런 다음에 내가 취해 쓰러지면
침대에 눕힌 다음에
내 옷을 벗기고!
제가 뭐 언제 집에 가자 그랬나요?
아가씨가 그냥 가자고 해서, 했기 때문에
저 늦었는데 집에 가세요
어땠어요?
내 연기 괜찮았어요? 아저씨?
내 꿈이 원래 가수였었는데요
오늘부터 영화배우로 바꿨어요
저 지금 시간이요? 아마 2시 30분쯤 됐으려나
- 이제 오십니까? - 902동이 어디더라
선생님 사는 동 바로 옆 동 옆에 집 아니요
저쪽으로 해서 이쪽으로 가면요
바로 여기가 제 집입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전, 전...
말이란 참으로 공허한 것이군요
어찌 몇 마디 말로써...
불타는 내 심정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아저씨, 여기 칫솔 써도 되죠?
나는 당신의 칫솔
당신의 온몸을 닦아 드리는
영원한 당신의 칫솔이 되고 싶습니다
아, 오늘밤은 취하고 싶군요
취하지 않고서는 단 한 순간이라도
당신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사춘기 소녀도 아닌데 왜 이럴까, 왜 이럴까
아, 심장이 멎을 것만 같구나
자, 여기
이거 아저씨예요?
- 왜요? 보기 흉해요? - 아니요, 보기 좋습니다
아유, 뭘 이렇게 싱겁게 탔어요?
난 스트레이트가 좋아요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전 아주 마음이 아찔
올해는 왜 이렇게 덥지?
올해 아저씨 바캉스 어디로 갈 거예요?
전 당신을...
화진포 가봤어요?
난 작년에 가봤는데요
백사장은 좋은 데
고속버스 열이 잘 안돼 있었어요
아저씨 해운대 가봤어요?
난 아직 거길 못 가봤어요
올 바캉스엔 꼭 갈 거예요
디스코장도 많고 돈 많고 골 빈 남자들도 많데요
한 1억만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은 복권 당첨도 잘된다던데
난 오늘 밤은 취하고 싶군요
그럼 많이 드세요
난 어디서 자죠?
예, 베게
난 아침잠 깨우면 제일 신경질나니까요
아저씨 일찍 일어나더라도 난 깨우지 말아 주세요
섭씨 200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가정의 날에 도 불구하고 가정을 포기 하시고 저희 맘모스를 찾아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시원한 웃음과 노래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율동
저희 맘모스가 자랑하는 버라이어티 쇼의 막을 올리겠습니다!
여러분께 인사드릴 첫 번째 순서
스페샬 싱~ 람보
손들어, 손들어!
빨리 손들어!
경고, 경고하겠다
만일 그 자리에서 움직이거나 소리 지르면
무조건 사살하겠다
이것은 명령이다
군인은 두 번 이상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불 켜
불 켜!
불 켜!
아저씨, 담배 있으세요?
아니, 미안합니다
아직 담배를 못 배웠습니다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여러분의 사랑 속에서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의 귀염둥이
늘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여러분의 종세
개그맨 이종세 입니다
근데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오늘은 영업이 쉬는 날이라
혼자 개인 리허설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저씨 화장실이 어디예요?
소속을 알 수 없는 무장 탈영병이
천호동 구 사거리 방면으로 도주 중인 것을
군경 합동으로 추적 중에 있습니다
정확한 신원과 소속이 밝혀지는 데로 자세한 소식을
다음 정규뉴스 시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임시 뉴스를 마칩니다
이런 개돼지만도 못한 자식들은
그냥 광화문 네거리에 불러다가 총살시켜 버려야 되요
아 국민들이 애써 세금 낸 돈으로 밥 먹여줘
옷 입혀줘 기술 배워줘
뭐가 부족하다고 저 지랄이야 지랄은
저 요즘 젊은 애 자식들은
도대체 어떻게 돼 처먹은 자식들인지
어른도 몰라보고 반말을 찍찍 갈기지나 않나
요즘 쪼고만 계집애들은 담배 피우는 건 보통 이고
차만 올라탔다 하면
뽀뽀질을 예사로 해댄단 말이에요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인지 안 그렇습니까? 손님
제발,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전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전 처자식이 다섯 명이나 됩니다
전 절대 신고 같은거 하지 않습니다
제발 목숨만 좀 살려주십쇼
오늘 입금할 돈 전부입니다
제발 목숨만 좀 살려 주십쇼
움직이면 쏜다
본드, 마이네임이즈 본드
상하이 박
지난 20년 동안 차디찬 감방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꽁보리밥을 씹으면서
오직 이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내가 사랑하는 정님이를 뺏은 건 용서할 수 있었다
단 하나밖에 없는 동생 옥희를
환락가에 판 것도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사나이의 굳은 의리를 배반한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상하이 박
어서 칼을 빼라
넌 누구냐~
감독님 오셨습니까?
감독님 연락 주신다고해서요 굉장히 기다렸습니다
잭 니콜슨 좀 닮았습니까?
성격배우 하면요 뭐니 뭐니 해도
잭 니콜슨 따라갈 사람 있겠어요?
커튼을 치게
감독님, 저 이발소 팔아버렸습니다
어제 작자도 나타나고 그래서요
싸게 계약해 버렸어요
저 쌍꺼풀 수술 했습니다
그 예전에 좀 조그마해서요 좀 크게 찢었습니다
저 이런 말씀 드리기 뭐 하지만요
저 제가 아무래도 신인이니까요
개런티 같은 건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저 감독님
요 앞에 백만 불 살롱이라고 새로 개업한 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제가 오늘 감독님 시간되시면 한번 근사하게 한번 모시겠습니다
- 자네 총 쏠 줄 아나? 네? 권총 쏠 줄 모르는데
어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방위 받았거든요
이야, 이거 이거 진짜 총하고 똑같이 생겼는데요?
이번 영화에 쓸 건가 보죠?
이거라면 제가 예비군 훈련 때 한번 쏴봤습니다
뭐 권총 쏘는 장면이 필요하면요 그것도 쏘는 법 배우겠습니다
- 이건 뭔가? - 예, 이병 권종석, 개무리판
- 이건 - 예, 이병 권종석, 가늠자
- 이건 - 예, 이병 권종석, 권총손잡이
- 이건 - 예, 이병 권종석, 방아쇠
- 이건 - 예, 이병 권종석, 탄알채
- 이건 - 예, 이병 권종석, 총열
감독님, 이번 영화가 액션 영화인 모양이죠?
- 응 -아유, 다행입니다
저 멜로물인 줄 알고 걱정 많이 했습니다
저 사실 그 멜로물보다는 액션물이 맞거든요
- 탄알장전 - 예
- 감독님 제가 그동안 연기 연습 한 게 있는 데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 좋아, 준비! - 예
자 썬, 라이트! 카메라 스탠바이, 레디, 고!
상하이 박!
저 감독님 잠시 만요
상하이 박!
지난 20년 동안 차디찬 감방에서
비가 오나 눈이오나 꽁보리밥을 씹으면서
오직 이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내가 사랑하던 정님이를 뺏어가는 것도 용서할 수 있었다
나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 옥희를
환락가에 팔아넘긴 것도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나이의 굳은 의리를 배반한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상하이 박!
어서 총을 빼라!
- 커어어엇!
레디!
29 컷 테이크 2
가자
액션!
이봐요 아내 가 자기 남편의 집을 떠날 때에는 제가 듣기론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인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서요?
어째 전 당신에 대해선 모든 의무를 해제하겠어요
당신은 이제 아무런 구속을 받을 필요도 없어요
이제부턴 양편 다 자유예요
- 컷!
자네, 왜 또 왔나?
감독님,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에 저를 놓치시면 평생 후회하실 겁니다
나 이거, 웃지 마! 조 부장! 조 부장 어디 갔어?
화장실 가셨는데요?
- 감독님, 이제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아주 좋은 신인 배우도 찾아냈습니다
아마 감독님도 보시면은 마음에 드실 겁니다
아니, 조 부장 사람 정리 좀 안 할 거예요?
- 아니, 너 또 왔어? 저 커피 좀 줘요
- 너 이리 좀 와 커피 줘요
죽여 살려
너 오늘 정말 죽을래?
이걸 그냥!
웃겨, 이거...
상하이 박!
지난 20년 동안 차디찬 감방에서
비가 오나 눈이오나 꽁보리밥을 쥐 씹으며
오직 오늘만이 오길 기다리며 복수의 총을 갈았다
내가 사랑하던 정님이를 빼앗아 간 것은 용서할 수 있었다
단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옥희를
환락가에 팔아넘긴 것도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사나이의 의리를 배신한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상하이 박!
어서 총을 빼라!
- 이거 어쩐 일이 십니까? - 아유 말 시키지 말아요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거지같은 자식
카드 하나 없으면서 어딜 놀러 가자 그래
이 더운 날씨에 누가 완행 열차 타고
부산까지가 아유 더워
연예인 집에 에어컨 하나 없어요, 아저씨?
아유, 더워죽겠는 데 왜 이래요
이 아저씨 되게 엉큼하네!
- 아저씨 샤워 고장 났어요? - 네, 경비실에서 연락 왔는데
5시까지 단수랍니다
아저씨, 저기 내 백 좀 가져다 줄래요?
아저씨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영화감독 이거 소품이에요
공갈 마
아니, 이거 쏘지 마세요
이거 총알 들었어요 진짜 총이에요
진짜 총이 어디서 났지?
선물 받았어요
너 지명수배자지
죄명이 뭐야
사기? 살인강도? 강간?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쏜다
아니, 저 사실은 영화감독이 아니고
개그맨 이종세입니다
낮잠이나 자야겠다
물 나오면 깨워줘요, 아저씨
뭐 성인만화는 없어요?
좀 화끈한 일 좀 없을까?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
아저씨, 그거 진짜 총이라고 했죠?
아저씨 우리 영화 제작하자
내가 주연배우 하고
한 1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깟 돈 1억 때문에 아저씨의 천재적인 재능을 썩힐 수는 없잖아요?
응
아저씨
우리 은행 털까?
외국 영화처럼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마스크가 개성있는데
영화배우 시켜줄까?
경비원이 1명
직원이 12명
그렇죠 아가씨?
비상벨 아가씨 발밑에 있죠?
그렇죠, 아가씨?
비상벨 울리면 경찰이 몇 분만에 오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이고, 그 에어컨 한번 되게 시원하다
아가씨
마스크가 개성이 있는데
아가씨 영화배우 시켜줄까?
- 무슨 일이시죠? - 수고 하십니다
비상벨이 울리면 경찰들이 몇 분만에 오죠?
비상벨 울리면 경찰이 한 3분만에 오죠?
현찰이 얼마나 있죠?
당신 뭐야?
저 영화배우 문입니다
좀 큰소리로 말씀하세요
저 영화배우 문입니다
그런데 무슨 볼일로 오셨죠?
저희 감독님께서요
영화제작에 필요한 사항을 은밀하게 알아보라고 하셔서요
지금 제가 여쭤 보고 있는 건데요?
- 무슨 영화입니까? - 액션영화요
영화 제목이 뭐죠?
잠깐만요 곧 제가 알아 봐 가지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감독님!
알아볼 거는 대충 다 알아봤는데요
경비원이 1명 직원이 12명이고요
비상벨이 울려서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한 3분쯤 걸릴 것 같은데요
저, 이 구역은 못 알아 봤습니다
이 영화제목이 뭐죠? 감독님 이거 깨우는 거죠?
살살 좀 앉아요 조그만 의자 그냥 다 부서지겠어
어 덥다
- 감독님 - 자네, 보신탕 좋아하지?
한 그릇 시켜 줄까?
아줌마, 여기 보신탕 한 그릇
- 예? 아니 분식집에서 무슨 보신탕을 찾아요
별 사람 다 보겠네
저 감독님 제가 이번에 맡을 역할이 갱...
응? 이거 내가 떨어뜨린 건가?
감독님, 제가 이번에 맡을 역할이 은행 갱입니까?
자네 찐만두도 좋아하지?
네, 예전엔 한...
50개까지 거뜬히 먹었는데 이제는 한 30개밖에 못 먹겠어요
감독님, 제가 지금 말씀드린다고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른 영화를 봐도요
은행 갱은 장총 보다는 권총이 더...
아줌마, 여기 가게에 파리가 왜 이렇게 많아요
여름에 파리없는 집이 어디 있어요
- 여기 얼마죠? - 이천원이에요
여기까지 오셨어요?
저희 영화제목은 아직 비밀입니다, 비밀
상하이 박, 빵빵!
야, 뚱보 내려
얘 도대체 아이큐가 몇이에요?
야, 너 이게 애들 장난인 줄 알아?
그거 아무리 주연 여배우라고 해서
함부로 반말이요 내가 나이가 몇인 데
나이를 처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야지, 이 미련퉁이야
돼지처럼 밥만 처먹고 네 대가리엔 돌만 꽉 찼냐?
감독님
이거 더이상 못 참겠는데요?
네가 못 참으면 어떻게 할래?
참는 사람 따로 있는데!
거기 가서 경찰을 끌고 오는 미련퉁이가 어디 있어?
내가 영화제목을 몰랐잖아!
나 더 이상 저 뚱보랑 같이 일 못하겠어요
저 뚱보랑 같이 일하다가 신세망치기 딱 알맞겠다고요
없던 일로 하던 지 뚱보를 빼던지 빨리 결정 내리세요
전 감독님께서 시킨 대로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영화촬영에 필요 한 거 알아보라고 하신 거 아닙니까?
영화촬영이 아니라 진짜야, 이 바보야
진짜야
진짜 은행 갱을 한단 말입니까?
에이 감독님, 괜히 농담하지 마십시오
내가 자네하고 농담할 사람처럼 보이나?
지금 우린 명작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같은 명작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어
21세기를 향한 최첨단 시대에 누가 과연 참다운 영화를 만들고 있는가
누가 과연 참다운 인류사에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수많은 날을 고통과 번민 속에서 몸부림치던 이 인간 이종세는
드디어 이 어둡고 사막과 같은 이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밝힐
위대한 명작을 탄생 시켰어
그리고
그리고
때 묻지 않은 한 송이 백합과도 같은 선영이
거기에 강렬한 개성을 가진 자네 도석이
이 두 배우를 만났을 때 난 난 기쁨으로 넘쳤어
그때 난 4천만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는
불후의 명작이 나오리란 예감이 들었지
그러나
그러나 물질 만능주의에 눈이 먼 사람들은
이 위대한 천재의 작품을 알아보지 못했어
자네는 이 인간 이종세가 이대로 쓰러지길 원하는가?
아, 아, 아닙니다
자네는 이 인간 이종세가 단지 1억 원 때문에 쓰러지길 원하는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수고하십니다 어디 차가 고장 났습니까?
자네 떨고 있군
아, 아닙니다
차 안이 정말, 벙말 더, 더워서요
절대 침착해야 돼
염려 하진 마십시오
저는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졸려 죽겠어요 하려면 빨리 하세요
준비됐지?
네
감독님, 조금만 있다 가면 안 될까요?
왜?
똥이 마려워서요
10분만 참아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빨리 손들어! 빨리 손들어!
우린 진짜 은행 갱이다!
거기 움직이려고 하지 마!
우린 비상벨이 어디 있는지 다 알고 있어!
금고는 여기 있는데요
어, 금고, 금고
금고문 열어! 문 열어
우리는 열쇠가 없습니다
이사장님이 열쇠를 가지고 외출하셨어요
거짓말이지!
진짜예요
요 앞 부호 다방에 손님이 오셔서 나갔단 말이에요
제가 가서 모시고 올까요?
응!
감독님 이거 속으시면 안 됩니다!
잠깐 기다리게
움직이면 쏜다!
아저씨! 아저씨!
손들어!
너 어디서 원정 왔어?
서울
남대문 파야 동대문 파야?
너 쌍칼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내가 왕년에 서대문 쌍칼이야
옛날 너희 선배들은 도끼나 사시미 칼로 했어
유치하게 이런 장난감 총을 가지고
이거 니들 마피아 흉내 내는 거야?
이 새끼야?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뚱보
또 경찰 불러 들이고 싶어서 그래?
뭣들하고 있어 요? 빨리 가요!
움직이면 쏜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여러 분들의 사랑 속에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의 귀염둥이 늘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종세
개그맨 이종세 입니다
섭씨 200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가정의 날에 도 불구하고 가정을 포기하시고
저희 맘모스를 찾아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시원 한 웃음과 노래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율동
저희 맘모스가 자랑하는 버라이어티 쇼의 막을 올리기 전에
제가 여러분들께 술 한 잔씩 올리겠습니다
웃기지 말라고요?
웨이터 씨! 각 테이블 마다 시원한 맥주 두 병씩 올려주세요!
제가 여러분께 왜 술을 사느냐
혹시 이 무더위 때매 머리가 돈 것이 아니냐
천만의 말씀
오늘이 제 생일이냐?
아니올시다
복권에 당첨이라도 됐느냐?
아니올시다
서산에 곗돈 부어 사둔 땅값이 올랐느냐?
그것도 아니올시다
이건 절대로 비밀입니다만
오늘 문산에서 있었던 은행 갱 사건은 바로 이 인간 이종세가 처리한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술을 사는 진짜 이유는
그 동안 여러분의 염려 덕분에 드디어 제가 메가폰을 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제 영화에 출연하실 두 주인공께서
영광스럽게도 저희 맘모스를 찾아주셨습니다
그 두 주인공을 특별히 이 자리에 모시겠습니다!
과연 브룩 쉴즈가 은퇴할 결심을 할만 하군요
아 그럼 지금부터 옷을 벗고 사이즈를 공개 할 수는 없고
사이즈는 얼마나 됩니까?
36, 24, 36
문도석씨는 이번 영화에 출연하시게 된 소감이 어떻습니까?
기쁩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까지 저를 이끌어 주신
천재 이종세 감독님께 이 영광을 바치고 싶습니다!
과연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럼, 우리 두 주인공께서
여러분들께 들려주실 노래는?
수지 큐!
오, 예! 수지 큐!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엄마! 엄마!
쉿
초콜릿
왜 그래
저쪽으로 좀 비켜 봐
주연 여배우 개런티가 더 많은 법이야
나가 봐요
무슨 일이에요?
경찰이야 나 없다 그래 알았지?
난 아무 잘못도 없어
난 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뭐
난 아무 잘못 도 없어 난 집에 갈래
시끄러 이 뚱보야
너 이대로 나가다 붙잡히면 총살이야 총살
문 열어요 어서 문 열어요!
안 나오면 내가 쏴버릴 거예요
어서 빨리 문 열어요
까짓 것 이판사판인 데 겁낼 것 없어요
아직 확실한 건 모르니까
빨리 나가 봐요
안 나가면 내가 정말로 쏴버릴 거예요
감독님, 이럴 때 일수록 용감하셔야 되요
뒤는 저희들이 맡을게요
웃어요
절대로 이상한 눈치 보이면 안 돼요
시경에서 나온 김순경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섭씨 200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시고
주민의 재산과 가정의 안녕을 위하여
이렇게 불철주야 근무하시는 경찰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에 들어가서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네? 아 예
혼자 사십니까?
네, 방금 전에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서 올라 오셨습니다
- 저 어머니가 아니고 처제였군요 - 예
- 직업이 뭐예요? - 네?
직업이요
언제나 여러분들의 사랑 속에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의 귀염둥이 개그맨 문도석입니다
연예인이니까 수입이 많으시겠구먼
뉴스를 봐서 아시겠지만 최근에 무장 강도가 많이 생겼어요
- 멀쩡한 대낮에 은행을 턴다던가 - 아니 그럴 수가
구멍가게 양장점을 닥치는 대로 습격해 가지고
심지어 애들까지 협박해서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
- 매일 잇달아서 일어나고 있어요 - 설마 애들까지 위협했을 라고 요
그래서 특별 경계령이 내려져서 각 가정마다 방범사항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예
여기가 안방인가요?
그 그림이에요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현찰이나 귀중품은 눈에 띄는데다 두면 안 됩니다
누가 바보처럼 그런데다 두나요
- 그럼 여기다 뒀나요? - 한번 찾아보시죠
- 여기다 뒀죠? - 더 찾아보세요
어디다 뒀어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다 뒀죠?
어디다 뒀어요?
걱정하지 마십쇼
아주 안전한 데다 뒀으니까
어디다 뒀어!
어디다 뒀어!
또!
또!
풀러!
아, 시집이나 갈까
시집이나 가서 꽃꽂이도 하고 요리도 하고
남편 일찍 들어오면 발도 씻어 주고
차도 끓여 주고
애는 한 둘만 낳아서
하나는 영화배우 나는 가수 시키고
아저씨, 뭐 괜찮은 신랑감 하나 없을까요?
난 그저 큰 욕심 없고요
자가용 두 대쯤이나 있고
풀장 있는 집 가진 남자면 돼요
우리가 찍을 영화 첫 장면 말이야
주인공이 가스 자살을 하려고 하려 다가
의자에 넘어져서 실패하는 그 장면 말이야
그게 바로 인생이야
우리 인생은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를 맞이하게 되거든
아마 그 장면 보던 관객들은 복도에서 아주 데굴데굴 구르면서 난리를 칠거야
모르긴 몰라도 그 장면 때문에 백만 명은 더 올걸
선영이
나 어렸을 때 별명이 뭐였는지 알아?
천재, 천재소년
난 세 살 때부터 만화를 볼 줄 알았지
동네 애들이 딱지치기 술래잡기 할 때
그럴 때 나는 만화를 그렸어
우리 작은아버지께서는 내가 이담에 크면은
극장 간판을 그리라고 하셨지
아마 그 당시에는 극장 간판 그리는 사람이 돈을 꽤 많이 벌었던 모양이야
중학교 3학년 때였던가
아주 추운 겨울이었지
난 그때 아주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어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그때 문득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 말겠다는 영감을 얻었어
임창의 땡이와 영화감독이라는 만화 속에서
영화감독은 정말로 근사하게 보였거든
선영이
이제 때가 왔어
그 어둡고 지리했던 겨울은 가고
우리 마음에 봄이 찾아올 날이
수많은 관객들이 우리가 만든 영화를 찾아와서 보는 날
그 극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거야
사랑해, 선영이
감독님, 이것 좀 드세요
부동산 값 폭등
단독주택 값 치솟다
삼인 조 무장갱주범 개그맨 '이종세'로 밝혀져
전국 경찰 삼호비상경계 근무 돌입
이거 이발소 괜히 팔았는데
바로 요 지점
우리가 사고 차량으로 위장을 한다
도석이 자넨 토마토 케첩을 바로 여기에 피처럼 분장을 하고
차 앞에 쓰러 져 있다
그리고 선영인 아주 위급한 상황처럼
사람 살려 3번 구조를 요청한다
알았지?
내일 아침 기상 시간 08시
- 네 - 뚱보, 넌 내일 아침 굶어야 돼
괜히 쓰러져서 화장실, 화장실 찾지 말고
- 알았어 - 자, 건배
우리 10억을 위해서
지난달부터 잇달아 발생한 3인조 무장 갱 사건의 주범은
개그맨 이종세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주범 이종세의 아파트에서 현금과 카메라 등을 강탈해 처분하려던
상습 경찰위장 절도범을 체포해 장물을 추적하던 중에
그 물건들이 무장 갱 사건의 동일 장물임을 밝혀내고
수사에 점차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범 이종세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와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그 사람이요?
그 사람... 그 사람...
너무 웃기게 생겼어요
영화 촬영하다 보면 무슨 구경꾼들이 많이 보이죠
그래서 뭐 그런 친구려니 하고 순순히 달래서 보냈죠
근데 며칠 있다가 이 친구가 또 나타난 거예요
그때 커다란 기타 통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자꾸 톡톡, 톡톡 치더라고요
그때 내가 실수를 한 거예요
그 통 속에 총이 들었는지 알았으면 그때 그냥 콱 때려눕혔는데
그 사람이 인사성 밝고 싹싹한 사람이라고
동네에서 소문 난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우리 집에 오는데
가끔 그 만화책을 몰래 빼보곤 하는 일 이외에는
달리 나쁜 점을 보질 못했어요
그럼 여기서 3인조 무장 갱 사건의 주범인 이종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 궁금점으로 남게 됩니다
그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신데렐라 증후군의 과대망상증 환자인지
아니면 인사성이 밝고 싹싹한 우리 이웃의 모습인지
여기서 주범 이종세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언제나 여러분들의 사랑 속에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의 귀염둥이
늘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종세 개그맨 이종세입니다
곧 4천만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할 것입니다
아마 그 영화가 공개되면 절 만나시기가 어려우실 테니까
물어볼 게 있으시면 지금 많이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물어보시는 거 좋아하네 미친놈
어떻게 저렇게 웃기게 생긴 녀석이 그런 일을 쉽게 할 수 있죠?
맞습니다, 연일 전국에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고
불쾌지수가 80이 넘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조용히 해
떠들면 쏜다
웃어
자연스럽게 웃어
선영이, 내가 그렇게 우습게 생겼나?
난 어찌 예비군 훈련 안 빠지고
모범 이발소로 구청장님한테 표창까지 받았는데
난 아무 잘못이 없다고
배우되고 싶은 게 뭐 죄인가?
야, 뚱보!
넌 대체 화장실을 몇 번씩이나 왔다 갔다 하냐?
열 번도 넘겠다 열 번도
이봐, 도석이
그 만화가게 아저씨 말이야
내가 만화 몰래 훔쳐본 이야기는 안 해도 됐었잖아
왜들 이렇게 멍청하게들 앉아 있어요
도망갈 생각들을 안 하고?
도망? 내가 왜 도망을 가?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배우 시켜준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뭐
시킨 사람이 잘못 이지 아무 잘못도 없는 내가 왜 도망을 가?
야, 이 멍충아
텔레비전에서 하는 소리도 못 들었냐?
너는 공범이야, 공범
좋아요, 여기들 이렇게들 있다가 붙잡혀서
무기징역을 당하던지 총살을 당하던지 마음대로들 해요
아저씨 이러고 나갈 셈이에요?
어서 빨리 얌체같은 콧수염이나 밀어요
이러고 나가다간 1미터도 못 가서 붙잡힌단 말이에요
- 감독님 제가 밀어드릴께요 - 어서요
죽으면 죽었지 수염은 못 깎아
여보게, 도석이 내려와 봐
서 봐
자, 고독하게
내려와
자, 고개 들고
웃어봐
잭 니콜슨처럼 실감있게
울음 섞인 목소리로
더 크게
맞았어 그래 이거였어
이 찬란한 달빛 시냇물은 졸졸 졸 흐르고
산새들은 고요한데 한 남자가 다리 위에서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웃고 있다
이때 나타나는 한 여인
야, 뚱보
너 정신병원에 보내 줄까?
선영씨, 신 28신은 아주 로맨틱 하고
무드 있는 장면이 될 거야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아
여긴 아주 좋은 장소야
미친 소리 좀 그만해요 지금 차 고장 났어요
일단 차 고치는 사람부터 불러야겠단 말이에요
난 밤눈이 어두워서 길을 잘 못 찾는데
뚱보 네가 좀 갔다 와
나도 밤눈이 어둡단 말이야
그러면 여기서 우물쭈물 거리다 경찰한테 붙잡히고 싶어서 그래?
그 라면 참 맛있겠습니다
계란을 안 넣으신 거 보니까
라면 맛을 아시는 분 이시로구먼
괜히 맛낸다고 계란이니 파니 집어넣으면 라면 맛만 망쳐요
아저씨 어떻게 오셨어요?
- 차가 고장이 나서 - 아, 예
그저 라면은 민자가 좋죠
아저씨,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요
나 영화배우요
맞다, 아저씨
- 저기 베스트셀러 극장에 나오셨죠? - 응
- 이렇게 만나 뵙게 되서 정말 영광입니다
근데 아저씨 여긴 어쩐 일로 이렇게 오셨어요?
영화 찍어요?
응
이 근처에 촬영 왔다가
요 다리 앞에서 차가 고장이 나서
그럼 배우들도 많이 왔겠네요?
여배우는 누구예요?
신인이야
아저씨 요즘 뉴스 보세요?
요즘 무장 강도 때문에
가능한 출장은 안 나가려고 그러는데
하지만 나가야죠 뭐
저희 집에 귀하신 손님이 오셨는데
아저씨, 저희 동네에 오신 기념으로 사인 한 장만 해주세요
감독님, 무슨 작품 만드셨어요?
아직 신인이야
근데 말이죠 영화 찍을 때 보니까
불 비추는 사람도 있고 카메라 들고있는 사람도 있고
많은 것 같던데 다들 어디 갔어요?
응, 밥 먹으러
저 같은 사람도 영화배우 될 수 있나요?
영화배우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정말 고되고 힘든 거야
그러니까 딴 생각 먹지 말고
- 지금 하는 일이나 그냥 열심히 해 - 네
무장 강도 3인조 공범 이발사 말이죠
누구 문도석? 아직 안 밝혀졌잖아
조금 아까 밝혀졌어요
글쎄 지가 이발사인 주제에요
꽤나 영화배우 좋아했던 모양이에요
영화배우라고 공갈치면서 다닌대요
거참 웃기는 놈이죠?
응, 웃기는 놈이야
시동 한번 걸어보세요
예, 됐습니다
- 수고했어 - 전 됐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요
감독님
저 사인 좀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야
강도야!
야, 서! 서!
강도야!
야!
서!
죽었어
이제 30분 후면 기차가 도착할 거예요
이래서 해운대 한번 가 보네
야, 뚱보
너 무슨 계란을 그렇게 까먹나?
이 계란 껍데기 좀 봐
20개도 넘겠다! 20개도
담배 하나만 줘
담배 하나 달라니까
응? 응...
완전히 넋이 나갔군
야, 이 미련퉁이야 누가 너더러 사람 쏴 죽이랬냐?
넌 이제 붙들리면 진짜로 사형이다, 사형
이제 부산에 도착하면 어쩔 셈이에요?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가서
위조여권을 만들고 멕시코로 간다
거기에서 국경선을 넘고 영화에 본고장 할리우드로 가
못 다 이룬 천재감독 이종세의 꿈을 이룬다?
바로 그거야
이봐, 도석이
우린 이제 할리우드로 가는 거야
아마 3일 후쯤이면 그곳에 도착하게 될 걸?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품어라
우린 그곳에서 세계가 깜짝 놀랄 영화를 만드는 거야
세계적인 디렉터 정세 리
세계적인 스타 선영 오
톱스타 문
잘들 해보세요
난 해운대에서 며칠 쉬다가 집으로 올라 갈 거예요
아저씨 혹시 경찰에 붙잡히더라도 공범 오선영이는 죽었다고 해야 되요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바닷물에
콱 빠져 죽었다고만 이야기 해주세요
뚱보 너도 알았지?
응?
알았지?
응, 응
뚱보 너, 나중에 국제적인 스타 돼도
나 모르는 척하지 마라
응
너 어디 가?
화장실
저 112죠?
말씀 좀 여쭙겠는데요
네? 소방서라고요? 미안합니다
저 112죠?
말씀 좀 여쭤보겠는데요?
사람을 죽이면 정말로 사형을 당합니까?
정말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요
그냥, 그냥 죽었어요
아니요 제가 그런 게 아니고요
네, 공범이에요
여기요?
여기 역 앞인데
부산 가려구요
네, 지금 자수 할 수 없고요
3일 후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여기는 부산 역입니다 오늘도 저희 새마을호를
이용해 주셔 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 주시고요
정말 날씨 한번 되게 덥다
수영하기엔 정말 좋은 날씨네
자갈치에 들러서 고래 고기나 먹고 갈까 그냥 갈까
이봐, 도석이 자네 영어할 줄 아나?
- 영어요? - 이제 우리가 할리우드에 가게 되면
모든 걸 영어로 해야 돼 먹는 것, 화장실 가는 것까지도
헬로우 기브 미 켄터키 치킨 아이 러브 유, 아이 고 WC, 오케이?
감독님, 정말 미국에 갈 수 있는 거죠?
3일 후면 우린 비버리 힐즈에서 진짜 양식을 먹게 될 거야
다 틀렸어 경찰이야
뭐 경찰?
감독님, 이제 우린 어떻게 하죠?
이럴 때 일 수록 침착해야 돼
우리 투항 하죠?
이종세에게 30초 간의 여유를 주게
웃기지 말고 튀어
이종세,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됐다 무기를 버리고 자수해라
자수하면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 것이다
다시 한번 전달한다 자수해라
자수하면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 것이다
자수해라
반항하면 목숨을 보전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기를 버리고 자수해라
다시 한번 전달한다 다시 한번 전달한다
이봐, 도석이 내 뺨을 한번 때려보게, 살짝
이건 꿈이야, 분명 꿈이야 맞아도 아프지 않은 걸 보니
이 위대한 천재 이종세가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지
그동안 수많은 날을 불면의 고통 속에서 탄생시킨 나의 위대한 작품이
아무 빛도 보지못하고 이런 3등열차 칸에서 사라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모든 천재들이 요절을 한다지만
난 죽을 수 없어 암 죽을 수 없지
이봐, 도석이 자네가 저 포위망을 뚫어 보게
내가 뒤에서 엄호 사격을 할 테니까
제 3부두에서 22시에서 만나세 행운을 비네
싫어, 난 자수하겠어
자네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싶지 않은가?
거짓말
나는 이발사가 더 좋아
난 자수하겠어
곱게 죽을 생각들이나 해 이 바보야
자수하면 살려 줄 것 같니?
넌 사람을 쏴 죽인 강도야, 강도
아니야! 난 자수하면 특별히 봐준다고 했어
이제 보니 네가 경찰에 알렸구나? 그렇지, 이 뚱보야
뚱보 좀 하지 마!
이종세, 다 너 때문이야 이 나쁜 자식
괜히 가만있는 사람 배우시켜 준다고 거짓말해서
너 때문에 쌍꺼풀 수술해서 괜히 눈만 아프고
이발소도 팔고
난 여태 예비군 훈련 빠진 적도 없고
모범 이발소로 구청장님한테 표창까지 받았어
난 자수하겠어
문도석
네가 자수하는 것은 용서할 수 있다
네가 나를 욕한 것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 사나이의 의리를 배신한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이제 너와 나 사이에 남은 건 결투뿐이다
내가 시작하면 열 발자국을 걷는 거다
그리고 돌아 서서 총을 쏘는 거야
결투에는 엄연히 심판이 있어야 하니까
선영이, 심판 좀 봐줘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 거야
좋아요
자, 시작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미쳤어
다들 미쳤어
정말 미쳤어
이게 꿈이었으면
이게 꿈이었으면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한낮 꿈속의 꿈인가
꿈속의 꿈처럼 보이는 것인가?
이놈의 파리
얼마 전에 해외토픽을 보니까요
불란서 파리에서 어느 조종사가
경비행기를 몰고 그냥 관제탑을 들이받겠다고 그러더래요
그 이유를 물으니까
일신상의 문제 때문에 그랬다나요?
참 세상엔 별 놈 다 많죠?
제작 & 기획 : 이태원
감독 : 이명세
각본 : 이명세, 배창호
안성기
황신혜
배창호
전무송
특별출연 : 김세준. 손창민
촬영감독 유영 길
조명 차정남
음악 김수철
녹음 이영길
제공: 한국영상자료원 자막 후원: 구글 번역/자막: 후리기획